하드캐리 정조국X스토리텔러 이상호X아시아드의 혈투…K리그1 역대급 개막전 5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0-05-06 05:40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2017 K리그 클래식 개막전 경기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양팀이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공중볼 경합을 벌이는 양팀 선수들의 모습.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3.05/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덜 풀린 몸, 꼭꼭 숨겨진 상대 전력, 이적생의 '미친' 활약. 개막전은 늘 수많은 변수를 동반한다. 70일의 기다림 끝에 오는 주말 개막하는 2010년 하나원큐 K리그1 역시 다를 것 같지 않다. 스포츠조선은 스플릿라운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K리그1 개막전을 수놓은 명경기 5선을 뽑았다.

3만4376명과 함께한 슈퍼매치…2017년 서울 1vs1 수원

2017년 3월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개막 흥행을 위한 모든 장치가 설치된 무대처럼 보였다. 클래식 단일경기 최다관중인 3만4376명이 경기장을 적색과 청색으로 물들였다. 유럽 빅게임 부럽지 않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내용도 충만했다. 전반 9분 김민우(수원)가 빠른 선제골로 홈팀 벤치에 찬물을 끼얹었다. 앉아서 당할 최용수 감독이 아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2명을 교체하며 고삐를 당겼다. 후반 맹공이 시작됐다. 그 결과, 17분 동점골이 터졌다. 득점자는 시즌을 앞두고 수원에서 라이벌 서울로 이적해 수원팬들의 분노를 일으켰던 이상호였다.

동해안에 슈팅 풍년…2017년 울산 2vs1 포항

공교롭게 2017시즌에는 개막전부터 슈퍼매치와 동해안 더비가 동시에 열렸다. 이상호가 이슈 중심에 서기 하루 전, 울산에서 열린 울산과 포항간 동해안 더비도 '대박'이었다. 경기시작 73분까지 잠잠하던 경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어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후반 29분 정재용(울산), 37분 양동현(포항)이 한골씩 주고받았다. 전반 25분 경고를 한 장 받았던 미드필더 정재용은 평소 많은 골을 넣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이날은 후반 41분 결승골까지 꽂으며 일약 영웅으로 우뚝 섰다. 양 팀은 도합 37개(유효 25개)의 슈팅을 주고받는 화끈한 공격축구로 동해안을 뜨겁게 달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정조국 '나 아직 죽지 않았어!'…2016년 포항 3vs3 광주

포항은 2016년 3월 12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광주를 만나게 됐을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 모르겠다. 웬걸. 직접 만난 광주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베테랑 공격수 정조국의 연속골에 힘입어 광주가 2-0으로 깜짝 리드했다. 하지만 추가골 4분 뒤 광주 수비수 이으뜸이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균형추가 포항쪽으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공격수 양동현을 부랴부랴 교체투입한 포항이 후반 42분부터 추가시간 2분까지 5분 동안 내리 3골을 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허나 '이겼다'고 생각할 무렵인 추가시간 8분 페널티가 선언됐다. 광주 키커 김정현이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팀에 값진 승점 1점을 선물했다. 서울 출신으로 2016년 광주로 이적한 정조국은 개막전 이후 18골을 더 몰아치며 나이 서른둘에 생애 첫 MVP의 영예를 안았다.

부산 아시아드의 혈투…2013년 부산 2vs2 강원


지난 시즌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은 기막힌 역전승을 수차례 연출해 '역전의 병수'란 별명을 얻었다. 김 감독이 부임하기 한참 전인 6년 전 개막전부터 추격 본능이 꿈틀거렸다. 시작 2분만에 임상협(부산)이 빠르게 첫 골을 낚았다. 그 이후로 부산 아시아드는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올랐다. 전반에만 양팀 도합 6명이 카드를 받았다. 강원 수비수 전재호는 전반 30분 '명백한 득점 기회 저지'로 퇴장당했다. 숫적 우위를 점한 부산이 후반 1분 박종우의 페널티로 한 골 더 달아났다. 여기서 끝나면 너무 뻔한 스토리. 강원은 5분 뒤 지쿠의 페널티로 격차를 좁히더니 후반 24분 배효성(강원)의 헤더를 통해 경기를 2대2 무승부로 이끌었다. 허나 강원의 시즌 마무리는 좋지 않았다.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강등 운명을 맞았으니.


2019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전 전북현대와 대구FC의 경기가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대구FC 에드가가 헤딩골로 선제골을 성공시키고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전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9.03.01/
대구, 전주성에서 돌풍을 외치다…2019년 전북 1vs1 대구

전반 6분 로페즈(전북)가 아크 정면에서 때린 왼발슛을 조현우(대구)가 쳐냈다. 22분 세징야(대구)의 프리킥이 에드가의 이마에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 골키퍼 송범근은 몸을 날리지도 못했다. 44분 박스 안에서 김대원(대구)이 때린 슛이 옆그물을 흔들었다. 후반 26분 세징야의 왼발슛이 골대 위로 살짝 떴다. 후반 41분 세징야의 무회전 프리킥이 송범근 손끝에 걸렸다. 이상, 2019년 디펜딩 챔프 전북과 대구간 개막전에서 대구가 만들어낸 장면들이다. 세징야가 뚫고 조현우가 버티는 대구의 완성도 높은 경기력에 전북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전북이 홈 개막전에서 승리하지 못한 건 2011년 전남전(0대1 패) 이후 이날이 처음이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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