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임금반납' 환영못받는 이유 '무노조의 비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04-17 05:00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불고 있는 K리그 임금 반납 바람이 역풍을 맞고 있다.

고통 분담의 취지를 부정하는 역풍은 아니다. 하지만 임금 반납 대상, 과정, 순수성에 대한 의문에 타 구단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8일 동시에 임직원의 임금 반납(임원 20%, 직원 10%)을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이틀 뒤인 10일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가 보도자료를 내고 구단 프런트의 임금 반납 결정을 알렸다. 두 구단의 반납 규모는 임원 20%, 직원 10%로 협회-연맹과 똑같다. 지난 14일 선수단까지 참여해 반납분을 수원시에 기부하기로 발표한 수원FC는 부산, 울산 구단과 성격이 좀 다르다.

이에 대해 다른 구단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A구단 관계자는 "먼저 총대를 멘 구단들의 면면을 보라. '우리가 했으니 너희도 따라오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동참하지 않으면 '죄인'이 되는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 눈치 보게 되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정서적 불편함을 떠나 임금 반납이 환영받지 못하는 저변적 이유는 따로 있다. 노동조합 없는 무노조 조직의 비애 때문이다. K리그 각 구단엔 10∼20여명의 프런트 직원이 있지만 노조는 전무하다. 일부 구단에 노사협의회, 근로자대표가 있어도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하다. 목이 10개쯤 달리지 않은 이상 회사(구단)측의 방침에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울산, 부산 관계자들이 "자발적"이라고 해도 타 구단들이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정에서의 의문점도 남는다. 임금 반납은 삭감과 달리 노동 관계법상 개별동의서를 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 개별동의서도 회사측의 간섭이나 압박이 배제된 분위기에서 의견개진 회의를 갖고 자율의사 결정에 따라 서명을 해야 한다는 게 법원 판례다.

울산, 부산 구단은 전체 회의를 거쳐 임금 반납을 결의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고, 이후 개별동의서 서명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연맹은 "개별동의서를 먼저 받은 뒤 보도자료를 냈다"고 밝혔다. 구두상으로 동의를 받았으니 임금 반납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고 해서 법적 다툼의 여지가 클지, 작을지는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무노조 직원들 입장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만천하에 임금 반납을 공표한 사실 자체가 회사측의 직접적인 간섭 못지않은 커다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다.

임금 반납 대상에 일반 직원까지 포함시킨 것에 대해서도 무노조라 별 대응을 못한다. 울산 구단의 설명대로 모기업인 현대중공업그룹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들이 임원 급여 반납을 우선 실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노조와의 이견으로 2019년도 임금협상을 1년째 진행중이다.


B구단 관계자는 "고액 연봉자도 아닌 구단 직원의 임금에 손을 대서 구단 재정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 실효성에도 의문이다. '보여주기', '생색내기'란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임금 반납 사유도 편향적이다. 부산과 울산 구단 공통적으로 '개막 연기로 인한 경기수 감소에 따라 스폰서 수입 및 관중 입장 수입, 구단 상품 수입에 타격을 입는다'고 밝혔다. 손실만 강조한 것이다. 경기를 치르지 않는 만큼 선수단 수당, 홈경기 개최 비용 등 나갈 돈이 줄어드는 부분도 존재한다. 매년 유료관중수가 월등히 많은 FC서울이나 전북이 '손실'로 본다면 훨씬 타격이 크다.

C구단 관계자는 "K리그 구단들의 재정구조는 선수단 인건비가 50∼70% 차지하고 프런트의 인건비는 미미한 수준이다"면서 "정말 코로나 때문에 구단 형편이 어렵다면 이런 방식은 아니지 않은가. 노조가 없는 직원들을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런가 하면 "더 좋은 선수 데려오고, 붙잡겠다고 수십억원을 쏟아붓는 팀도 있다. 그에 비하면 '콩나물값' 수준인 월급쟁이 주머니를 흔드는 게 진정한 고통 분담인지 의문이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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