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유럽파를 품기 위한 조건, 돈 아닌 '진심'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2-24 05:30


스페인 1부리그 행을 앞둔 기성용이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기성용의 모습. 인천공항=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2.21/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과연 누가 K리그에 오려고 하겠는가."

K리그 복귀가 불발된 기성용의 작심발언이었다. 2월 한달, 국내축구계의 화두는 온통 기성용이었다. 뉴캐슬과 계약을 해지한 기성용은 국내 복귀를 시도했다. 이 사실이 전해지며, 팬들은 열광했다. 유럽에서 10년을 뛴, 잉글랜드 무대에서 200경기 가깝게 뛴 레전드의 복귀에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하지만 팬들의 바람과 달리, 기성용은 끝내 K리그에 복귀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스페인 1부리그행을 결정한 기성용은 21일 출국장에서 마침내 속내를 털어놨다. 사실 과정에서 잘잘못을 가리는건 중요치 않다. 기성용 사태를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게 포인트다. 최근 한국축구는 많은 유럽파를 배출했다. 지금도 많은 선수들이 유럽을 누비고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 유럽파의 특징은 K리그를 통한 유럽진출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뿌리가 K리그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K리그로 돌아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팬들은 자칫 기성용 사태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실제 기성용과 마찬가지로 K리그 복귀를 추진 중인 이청용 역시 국내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성용은 "이청용 역시 복귀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서울은 이청용의 복귀시 우선협상권과 위약금 조항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은 협상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은 듯 했다. 기성용은 나중에라도 K리그로 돌아올 수 있냐는 질문에 "사실 모르겠다"라고 했다. 이어 "한국에 들어오려 한 건 돈의 가치보다 팬, 구단과 함께 동기부여를 갖고 뭔가 이뤄가는 게 특별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나왔다. 이번에 협상을 하며 많은 걸 느꼈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금 더 명확해졌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대로다. 사실 돈은 최우선 가치가 아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K리그가 아닌 중동이나, 중국에 가면 된다. 기성용도, 이청용도, 아마 향후 한국에 돌아올 선수들 모두 그 정도 실력과 가치를 갖고 있다. 어차피 K리그는 돈으로는 이들을 만족시켜줄 수 없다. 돈으로는 경쟁이 불가능한, K리그가 이들을 품을 수 있는 방법은 '진심'이다.

사실 K리그 복귀를 결심하는 것 만으로 많은 것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돈도 돈이지만, 자칫 부진한 모습을 보이거나 실패할 경우, 그간 쌓은 명성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불안한 마음을 넘는, 단호한 결의가 필요하다.

기성용의 절친이자 역시 향후 K리그 복귀를 준비 중인 구자철이 자신의 유튜브에서 한 말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그는 "성용이가 K리그에 복귀하겠다는 마음을 먹은거 자체가, 제가 옆에서 지켜봐 온 친구로서 굉장히 놀랍고, 대단한 선택을 해줘서 너무 반가웠다"며 "K리그 돌아간다면 처음 유럽에 진출해서 살아남기 위해 진짜 미친듯이 운동하던 그 시절처럼 아마 할거다. 솔직히 말하면 프라이드를 지키기 위해,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싶으니깐. 누구보다 자신있고, 누구보다 단단히 마음 먹고, 아마 K리그에 돌아간다면 스스로 마음을, 기성용이 그랬듯이, 저한테 얘기했듯이"라고 했다. 이어 "(성용이가) K리그 돌아간다고 했을 때 저한테 그런 말을 했다. '내가 정말 K리그 레벨, 그 이상의 선수이란걸 보여줄거다'. 보여줄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K리그로 복귀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돌아올 유럽파를 K리그가 안을 수 있는 방법, 기성용이 털어낸 이야기 속에 답이 있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뉘앙스였던 게 조금 아쉽다. 예를 들어 정말 구단이 여건이 좋지 않고, 조건이 되지 않는다면, 선수에게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는 '진심'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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