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신동X바르사'로 기억되는 백승호의 전반전 "내 커리어는 이제 시작"[신년 단독인터뷰]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20-01-02 05:15


독일 분데스리가 SV 다름슈타트 98 소속 축구선수 백승호가 29일 경기도 김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2.29/

독일 분데스리가 SV 다름슈타트 98 소속 축구선수 백승호가 29일 경기도 김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19.12.29/

[김포=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백승호(23·다름슈타트)의 2019년. 돌아보면 참 다사다난했다.

1월, 지로나 유니폼을 입고 전 소속팀 FC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꿈에 그리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데뷔전을 치렀다. 5월, 지로나가 2부로 강등됐다. 6월,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이란을 상대로 A매치에 데뷔했다. 은퇴한 기성용(31·뉴캐슬)의 대체자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해 8월, 지로나를 떠나 독일 2부 다름슈타트에 새 둥지를 틀어 전반기 전 경기를 소화했다. 원없이 뛰었다. 11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팀 일원으로 두바이컵에 참가했다. 1년 동안 4개 팀에서 크고 작은 6개 대회(리그 포함)를 누비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휴가 중이던 12월 말 김포 모처에서 '스포츠조선'과 단독인터뷰를 가진 백승호는 "꿈만 같았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스페인 최상위 레벨을 경험하고 국가대표로도 뛰었다. 국가대표는 내가 축구를 시작한 이유였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감사하고, 행복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매 경기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법, 장거리 이동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법을 알게 된 것도 소득이라며, "더 발전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겼다"고 했다. 만족보단 아쉬움, 발전을 이야기했다.


사진=다름슈타트 SNS
2019년 백승호의 테마는 도전이었다. 2020년에는 더 큰 도전이 기다린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예선전이 계속되고, 여름에는 2020년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한국은 이달 태국에서 열릴 2020년 아시아 U-23 챔피언십(올림픽 최종예선)에서 3위 내 입상하면 본선 티켓을 거머쥔다. 백승호는 "올림픽 예선부터 뛰고 싶었다. 구단에도 내 의사를 전달했지만 구단 상황상 쉽지 않다고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동료들을 믿는다"며 "계약상 본선에는 뛸 수 있다. 기회가 온다면 최선을 다하고 싶다. 올림픽은 선수라면 누구나 뛰고 싶어하는 대회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황)희찬이형 등이 뛰는 걸 보면서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다면 당연히 금메달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은 백승호 개인에게도 의미가 있는 한 해다. '축구신동'으로 불리며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FC바르셀로나에 입단한 지 꼭 10년이 된다. 2010년 당시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으로부터 '박지성이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가졌다'는 찬사를 들었던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유스팀에 스카웃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대중은 '한국에도 리오넬 메시가 나타났다'며 환호했다. 백승호의 출사표도 "메시처럼 되겠다"였다. 백승호는 "그 시절이 문득 생각나곤 한다. 그땐 별 생각이 없었다"며 "직접 유럽 무대를 경험해보니, 박지성 선배는 말 그대로 레전드다. 높은 무대에서 뛰었고, 지금도 훌륭한 선수로 인정받는다. 그때는 감히 그런 소리를 들은거다"라며 웃었다.

백승호는 순수 실력으로 좁은 관문을 뚫고 바르셀로나 B팀까지 승격을 했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캄프누(바르셀로나 홈구장)를 누비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 사이 중요한 대표팀 연령별 대회를 앞두고, 혹은 대회 도중 부상을 당하는 불운도 연이어 찾아왔다. 또래들이 금메달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도 멀리서 지켜봤다. 백승호는 "지난 10년이 한편으론 아쉽지만, 고비 덕분에 일찍 철이 들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빨리 극복할 수 있는 내공이 생겼다"며 "어린 나이에 시련이 찾아온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걸 배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11일 오후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평가전을 벌였다. 백승호가 이란 수비를 제치며 감각적인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6.11/
13세부터 현재 23세까지 10년을 전반전으로 본다면, 33세까지 앞으로 10년은 승부를 내야 하는 후반전이다. 백승호는 "바르셀로나란 최고의 팀에 가서 미드필더로 너무나 많은 걸 배웠다. 내가 있을 때 팀 성적이 좋았다. 바르셀로나에서 뛴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 덕분에 이 정도 자리에서 뛰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어느 팀을 가든 감독님이 원하는 움직임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 그저 감사하다"고 전반전을 돌아봤다. 다가올 후반전에 대해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프로 무대에서 제대로 뛰고 있다. 초심 잃지 않으면서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은 다름슈타트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데 집중하겠지만, 나중엔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새로운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3일 파주 NFC에 소집됐다. 황희찬과 백승호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벤투호는 오는 7일 부산에서 호주전을 치른 후 11일 상암에서 이란전을 치를 예정이다. 파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6.03
백승호는 운 좋게 꿈을 응원하는 지원군에게 둘러싸여 있다. 국가대표팀 동료이자 경기장 밖에서도 진한 우정을 쌓고있는 1996년생 형들(황희찬 김민재 나상호 황인범 등)이다. 마찬가지로 1996년생인 테니스 스타 정 현과도 막역한 사이다. 백승호는 "형들은 온통 축구생각만 한다. 자기관리가 대단하다. 어떻게 하면 팀을 도우면서 더 좋은 팀에 갈지를 생각한다. 이번 휴가기간에도 희찬이형과 슈팅 훈련을 했다. (정)현이 형도 이미 세계적인 선수인데도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또 배운다. 평소엔 너무 순수하고, 너무 착한 형인데, 테니스 라켓을 잡으면 승부욕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 오전에도 개인훈련을 하고 왔다는 백승호는 "남한텐 잘해주고, 나한텐 냉정하게 대하는 성격"이라며 "오후에도 개인운동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백승호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만이 들어있는 듯했다. '어떻게 하면 축구를 더 잘할 수 있을까?'


사진=다름슈타트 SNS

김포=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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