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첼시 감독 램파드'. 어쩌면 우리가 간과한 사실일지도 모른다.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 전만 하더라도 첼시를 둘러싼 분위기는 '걱정된다'였다.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 지도자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부임 1년 만에 유벤투스로 떠났고, 유소년 불법 영입에 따른 선수영입 금지 조치를 당했으며, 팀의 에이스이자 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에당 아자르마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다. 첼시의 '레전드'로 평가받는 프랭크 램파드 감독은 최악의 상황에 스탬퍼드 브리지에 입성했다. 리그 개막전에서 맨유에 0대4로 대패하면서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전문가들은 램파드 감독의 공이 절대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메이슨 마운트, 타미 아브라함, 피카요 토모리 등 첼시 유스 출신 20대 초반 선수들을 주전급으로 기용하는 '모험'을 감행하면서 성적까지 따냈다. 자유분방한 것 같으면서도 조직적이고, 전체적으로 힘이 넘치는 플레이를 펼친다. 램파드 감독은 "더 빠른 템포의 플레이, 예측이 불가능한 플레이를 원한다. 오프 더 볼 움직임도 강조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램파드처럼 뛰라'는 주문이다. 놀랍게도 이게 먹혀들고 있다. 2일 램파드 감독의 전매특허 중거리 슛처럼 시원시원한 첼시를 상대한 왓포드 골키퍼 벤 포스터는 "첼시는 에너지가 넘치는 팀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
램파드 감독이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서 첼시로 이적했을 당시 팀에는 엠마누엘 트피, 마르셀 드사이, 지안프랑코 졸라와 같은 빅네임들이 즐비했다. 첼시 유스 출신도 아니어서 오직 실력 하나로 이들과 경쟁해야 했다. 빠르게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램파드 감독은 2014년 팀을 떠날 때까지 프리미어리그 우승 3회, FA컵 우승 4회, 유럽챔피언스리그와 유럽유로파리그 우승 1회 등의 트로피를 안겼고, 개인적으론 구단 통산 최다골 기록을 수립했다. 젊은 선수의 가능성을 열어줬을 때 얼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는지, 또 위닝 멘털리티가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선수 시절 체감했다. 이를 감독 업무에도 적극 참고하는 모습이다.
리버풀 출신 해설위원 제이미 캐러거는 "램파드는 홈팬들과 미디어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첼시를 둘러싼 분위기를 전했다. 전임 사리 감독은 부임 기간 내내 팬, 미디어와 마찰을 일으켰다. 반면 '레전드'로 추앙받는 램파드 감독은 '뭘 해도 용서받는' 분위기다.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지지를 받는 것과 받지 못하는 것의 차이를 클 수 밖에 없다. 유스 기용과 같은 감독의 자신감넘치는 결정이 라커룸에도 전달되는 느낌을 준다. 젠덴은 또한 "램파드는 기본적으로 신사다웠지만, 승리를 위해선 모든 걸 쏟아부었다. 필요에 따라 상대를 걷어차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곤 다시 악수를 청했다"고 떠올렸다. 램파드 감독이 라커룸에서 얼마나 자주 '승리'를 강조할지는 안 봐도 눈에 훤하다.
맨유 출신 해설위원 게리 네빌은 이 시점에 한 남자의 이름을 떠올렸다. 아자르. 레알에서 적응 중인 아자르가 램파드의 첼시에서 뛰고 싶어할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그 정도로 매력적인 축구를 펼치고 있다는 의미다. 똑같은 레전드 출신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이끄는 맨유는 11경기에서 13점에 그치며 10위에 처져있다. 승점 10점차다. 이를 보면 램파드 감독이 부임 초반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지가 실감난다. 램파드 감독은 현역시절 대포알 슈팅으로 수도 없이 첼시를 패배 또는 무승부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때마다 '램파드가 첼시를 구해냈다'고 코멘트가 나왔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돌아온 '램반장'(램파드 별명)이 첼시를 옳은 길로 인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