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은 없다, 인천 '가을축구'의 비결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10-29 05:30


인천 유나이티드 '가을축구' 홍보 포스터

이 세상에 거저 얻는 것은 없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귀신같이 가을부터 전혀 다른 팀이 되는 소위 '가을축구'를 펼치는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천은 지난 27일 수원 삼성과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파이널B 2라운드에서 후반 추가시간 2분 명준재의 극적인 동점골로 1대1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연속무패를 6경기로 늘렸다. 개막 후 8월까지 27경기에서 단 4승, 승점 17점 획득에 그치며 '루징 멘털리티'가 만연했던 팀이 최근 6경기에서 따낸 승점만 10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강등권에서 탈출했다. 리그 3경기를 남겨둔 현시점에 승점 30점, 10위로 11위 경남FC(승점 29점)를 승점 1점차로 따돌렸다. 최하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24점)와는 6점차다.

인천은 여름 끝자락에 벌어진 포항 스틸러스 원정경기가 전환점이 됐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올 시즌 팀 한 경기 최다실점에 해당하는 5골을 내주며 3대5로 패했지만, 이날 경기를 통해 핵심 공격수 무고사가 4경기 침묵을 끝냈다. 무고사는 멀티골을 터뜨린 이날 경기를 포함해 이후 9경기에서 9골을 몰아치는 놀라운 득점력을 뽐냈다. 인천 전달수 대표는 "포항전이 가을축구의 계기가 됐다. 패하긴 했지만, 선수단 내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인천 유상철 감독은 그 이전부터 '계기'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단 한 번의 좋은 경기가 잔류 원동력이 될 거란 믿음이었다. 그리고 포항전이 그 계기가 됐다. 이후 우승후보 울산 현대, 전북 현대와 비기고, 상주 상무, 성남FC를 제압하는 등 '뜨거운 가을'을 보내기 시작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상철 감독. 연합뉴스

연합뉴스
인천은 최하위까지 추락한 팀이란 이유로 '팀 분위기가 안 좋을 것'이란 편견을 받아왔다. 하지만 전 대표와 구단 직원, 선수들의 말을 종합하면 두 달 가까이 승리를 거두지 못한 시기에도 팀 분위기는 좋았다고 한다. 지난 여름 전북 현대에서 인천으로 임대 온 명준재는 같은 팀 소속이던 장윤호에게 "생갭다 인천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장윤호는 며칠 뒤 인천에서 명준재와 재회했다.

허용준 문창진 김승용 등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들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인천은 강등 위기를 감지하고 여름에 전력 보강에 나섰다. 여건상 출전 기회에 목말라있던 선수들의 상황을 살폈다. 그렇게 명준재 장윤호를 품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를 진행했을 때는 팬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김호남은 이적 이후 4골을 몰아쳤다. 시즌 중 영입된 선수 대부분이 팀에 잔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선수단은 유 감독을 중심으로, 구단 사무국은 전 대표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팀 분위기를 해칠 정도의 불화설은 없었다. 전 대표는 "잔류 목표 하나를 바라보며 대동단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그게 인천의 강점이다. 우린 최근 몇 년 동안 잔류 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사무국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선수단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배우고 익혔다. 어떤 상황에서든 인천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 감독이 이달 중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선수들은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잔류하자'는 마음을 가슴속에 새겼다. 김호남은 "감독님이 회복해서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키셨다. 감사하다. 이젠 우리가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말했다. 홈팬들은 그런 선수들을 뜨겁게 응원했다. 작년 대비 유료관중이 약 2배 증가한 덕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원정팀 선수들의 기를 죽이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 감독이 염원하던 부임 첫 홈 승리 미션은 성공하지 못했으나, 8월4일 성남전 이후 누구에게도 승리를 헌납하지 않았다. 전 대표는 "와보면 알겠지만, 인천 경기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며 "인천 시민을 위해서라도 올 시즌 반드시 잔류하겠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투병 중이지만)마지막까지 우리 선수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인천=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사주로 알아보는 내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