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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거저 얻는 것은 없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귀신같이 가을부터 전혀 다른 팀이 되는 소위 '가을축구'를 펼치는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천 유상철 감독은 그 이전부터 '계기'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단 한 번의 좋은 경기가 잔류 원동력이 될 거란 믿음이었다. 그리고 포항전이 그 계기가 됐다. 이후 우승후보 울산 현대, 전북 현대와 비기고, 상주 상무, 성남FC를 제압하는 등 '뜨거운 가을'을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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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준 문창진 김승용 등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들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인천은 강등 위기를 감지하고 여름에 전력 보강에 나섰다. 여건상 출전 기회에 목말라있던 선수들의 상황을 살폈다. 그렇게 명준재 장윤호를 품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남준재-김호남 트레이드를 진행했을 때는 팬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김호남은 이적 이후 4골을 몰아쳤다. 시즌 중 영입된 선수 대부분이 팀에 잔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선수단은 유 감독을 중심으로, 구단 사무국은 전 대표를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팀 분위기를 해칠 정도의 불화설은 없었다. 전 대표는 "잔류 목표 하나를 바라보며 대동단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그게 인천의 강점이다. 우린 최근 몇 년 동안 잔류 싸움을 벌였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사무국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선수단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배우고 익혔다. 어떤 상황에서든 인천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유 감독이 이달 중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선수들은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잔류하자'는 마음을 가슴속에 새겼다. 김호남은 "감독님이 회복해서 돌아온다는 약속을 지키셨다. 감사하다. 이젠 우리가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말했다. 홈팬들은 그런 선수들을 뜨겁게 응원했다. 작년 대비 유료관중이 약 2배 증가한 덕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원정팀 선수들의 기를 죽이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 감독이 염원하던 부임 첫 홈 승리 미션은 성공하지 못했으나, 8월4일 성남전 이후 누구에게도 승리를 헌납하지 않았다. 전 대표는 "와보면 알겠지만, 인천 경기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며 "인천 시민을 위해서라도 올 시즌 반드시 잔류하겠다"고 밝혔다. 유 감독은 "(투병 중이지만)마지막까지 우리 선수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인천=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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