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18일 2019~2020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내년 6월 결승전까지 장장 8개월여간의 지상 최대의 축구쇼가 펼쳐진다. 첼시 선수 시절 빅이어(UCL 트로피 애칭)를 들어본 프랭크 램파드 첼시 감독은 "유럽챔피언스리그는 세계 최고의 클럽 대항전이다. 모든 선수들이 사랑하는 대회"라고 했다. UCL을 두고 혹자는 '월드컵보다 수준 높은 대회'로 평가한다. 소속팀에선 선수들이 9~10개월간 꾸준히 발을 맞추는 만큼 최상의 조직력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명예와 함께 부를 얻을 수 있다. 올 시즌 우승한 팀은 최대 8220만 유로(약 1075억원)를 상금으로 가져간다. 전 세계 1억명 이상이 지켜보는 이 대회를 통해 감독과 선수는 빅클럽 진출과 같은 인생역전을 이룰 수 있다. 또 다른 닉네임이 '꿈의 무대'인 건 그런 이유에서다.
월드컵과 달리, UCL은 지루할 틈이 없다.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분배 원칙에 따라 '변방'팀들이 참가하지만, 기본적으로 UCL 조별리그에는 유럽 최고 레벨의 팀들이 대거 출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녔다.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이름은 들어봤을 리버풀, 토트넘, 맨시티,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 파리 생제르맹 등등의 팀들이 이변이 없는 한 꾸준히 모습을 드러낸다.
우승후보를 예측하기가 가장 어려운 대회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호가 즐비하다 보니 '죽음의 조'가 탄생하고, 매 라운드 결승전과 다름없는 빅매치가 펼쳐진다. 65번째 시즌을 맞이한 올 시즌도 다르지 않다. F조의 경우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FC 바르셀로나와 막강 화력을 뽐내는 도르트문트, 안토니오 콩테 감독 체제로 변신한 인터밀란이 순위 싸움을 펼친다. 그 사이에 슬라비아 프라하가 끼었다. 파리 생제르맹과 레알 마드리드(A조) 바이에른 뮌헨과 토트넘(B조) 유벤투스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D조) 리버풀과 나폴리(E조) 첼시와 아약스(H조)도 한 조에 속했다.
3개월여간의 기다림에 대해 보상이라도 한다는 듯, 첫판부터 뜨겁다. 아틀레티코와 유벤투스가 19일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맞붙는다. 단단한 수비와 견고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두 팀은 '단골 파트너'다. 2014~2015시즌과 2018~2019시즌 조별리그에서 만났다. 아틀레티코가 2승 1무 1패로 우위를 점했다. 이번 경기는 포르투갈 축구의 현재와 미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와 주앙 펠릭스(아틀레티코)의 대결로 압축된다. 1억 2천만 유로 사나이 펠릭스가 UCL 통산 최다득점자인 호날두 앞에서 진가를 발휘할지가 관건이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포르투갈 '후배' 펠릭스를 상대하는 호날두. EPA연합뉴스
리오넬 메시는 올시즌 불운을 씻을 수 있을까? 로이터 연합뉴스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은 18일 나폴리 원정을 떠난다. 최근 두 시즌 연속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고개 떨구게 한 정상급 골키퍼 알리송이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하는 점은 불안요소가 될 수 있지만, 로베르트 피르미누와 사디오 마네, 그리고 모하메드 살라로 이어지는 '마누라' 트리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나폴리가 발롱도르 후보로 거론되는 센터백 버질 반 다이크를 뚫어야 이변도 가능하다.
지난 두 시즌 '참사'를 경험한 바르셀로나는 18일 도르트문트 원정길에 오른다. 두 팀 스타일상 뜨거운 공방전은 불가피하다.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가운데, 부상 복귀전에서 멀티골을 넣은 루이스 수아레스를 앞세운다. 도르트문트는 바르셀로나 출신 파코 알카세르를 공격 선봉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알카세르는 올 시즌 소속팀과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 10골을 몰아넣고 있다. 장차 유럽 축구를 이끌어갈 16세 특급 안수 파티(바르셀로나)와 제이든 산초(도르트문트)도 이 경기에 재미를 더할 요소다.
국내 축구팬들은 18~19일에 진행되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세 명의 한국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시즌 박지성(전 맨유)에 이어 한국인으론 두 번째로 UCL 결승을 누빈 손흥민(토트넘)은 19일 올림피아코스를 상대한다. 토트넘은 바이에른 뮌헨, 올림피아코스, 츠르베나 즈베즈다와 같은 B조에 속했다. 분데스리가에서 성장한 손흥민은 뮌헨 원정경기를 가장 기다릴 것 같다. 이강인(발렌시아)과 황희찬(잘츠부르크)은 나란히 UCL 데뷔전을 기다린다. 이강인은 18일 첼시전을 시작으로 아약스, 릴을 차례로 상대한다. 감독 교체 이후 출전 기회가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 특급 도우미로 거듭난 황희찬은 헹크를 상대로 UCL 데뷔골을 노린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