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글로벌 시대 역행하는 제니트 팬의 'NO BLACK' 외침

윤진만 기자

기사입력 2019-08-06 16:21


말콤. 사진=제니트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브라질 윙어 말콤(22)은 FC 바르셀로나에서 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이적한 지 사흘 만에 자신의 영입을 반대하는 홈팬들을 마주했다.

5일 제니트와 크라스노다르간 2019~2020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가 열린 가즈프롬 아레나 홈 응원석 배너에는 '구단 전통을 대하는 (회장의)충성님 넘치는 리더십에 감사하다'고 적혀있었다. 이날 경기에 출전한 말콤과 지난달 영입한 또 다른 브라질 출신 레프트백 더글라스 코스타를 영입한 수뇌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앞서 러시아 클럽 각 대표들을 향해 '흑인선수를 영입하지 말라'고 촉구했던 제니트의 강성 서포터 그룹인 '란스크로나'는 '제니트와 흑인 선수들'이란 제목의 장문 성명서를 온라인에 올렸다. "우린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 흑인선수 없는 선수단은 우리의 전통이다. 구단의 정체성을 강조하려던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 우린 유럽 최북단에 있는 클럽으로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다른 대륙과 정신적으로 교류한 적이 없다. 우린 제니트를 대변할 수 있는 정신을 지닌 선수와 함께하길 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지난 2012년 헐크(현 상하이 상강)와 악셀 비첼(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 동시에 영입됐을 때에도 구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흑인선수와 게이선수('No black or gay')의 영입을 반대하는 캠페인까지 벌였다. 과거 러시아 클럽 안지 마하치칼라에서 활약하며 인종차별 행위를 당했던 크리스토퍼 삼바는 당시 "제니트 팬들이 질 나쁜 인종주의자란 사실을 모든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말콤은 지난해 입단한 바르셀로나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사진=제니트
'흑인선수를 영입하지 않는 것이 구단의 전통'이고 '흑인선수의 영입은 팬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이러한 팬들은 제니트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전 러시아 대표 파벨 포그렙냐크와 같이 서유럽 리그를 경험한 선수들 머릿속에도 인종차별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그는 지난 3월 브라질 출신 흑인 공격수인 아리의 러시아 대표팀 발탁을 비난하는 인터뷰를 했다가 러시아축구연맹(RFU)으로부터 400만 이상의 벌금 징계를 받았다.

2018년 1월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두 명의 흑인선수가 훈련하는 장면을 SNS에 올리며 '초콜릿이 태양에 의해 어떻게 녹는지 지켜보라'고 적었다.

과거 첼시에서 활약하고 현재 러시아 리그 홍보대사를 맡은 알렉세이 스메르틴은 올 시즌을 앞두고 "러시아에 인종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에서 흘러온 것이다. 10년 전 몇몇 팬이 흑인선수에게 바나나를 던지긴 했지만, 그것도 재미로 한 것일 뿐"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러시아뿐 아니라 전 유럽이 인종차별로 몸살을 앓는다. 축구종주국을 자처하는 잉글랜드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달 차별반대 단체 '킥 잇 아웃'은 '지난시즌 잉글랜드 축구계 인종차별 행위가 4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한 웨스트햄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성 발언을 들은 손흥민(토트넘)은 tvN 방송 '손세이셔널'에서 "슬프게도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은 계속 한다. 경기장에서 잘해 그들을 무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러시아 일간 '리아 노보슈티'는 제니트가 팬들의 반대에 못이겨 내년 1월 말콤을 다른 구단에 넘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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