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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서 8강티켓 내준 울산, 우승 목표삼는 팀이라면 달라야한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6-28 06:2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홈에서 이렇게 져서, 팬들에게 많이 죄송하다. 고개를 들 수 없는 상황이다."

26일 밤, 안방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행을 놓친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진한 아쉬움을 표했다.

울산은 26일 오후 8시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9 ACL 16강 2차전에서 J리그1 우라와 레즈에 0대3으로 완패했다. 전반 41분, 후반 40분 고로키에게 헤딩 멀티골, 후반 43분 에베르통에게 쐐기골을 내줬다. 아시아챔피언에 올랐던 2012년 이후 7년만의 8강행 꿈이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2007년, 2017년 ACL 2회 우승팀, 지난해 일왕배 우승팀 우라와를 상대로 원정 1차전에서 2대1로 승리하며 8강행 8부 능선을 넘었었다. 안방에서 0대1로 패해도 8강행이 가능한 상황에서 3골을 내줬다. 상대의 파상공세에 완패하며 8강행을 내줬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 뼈아픈 패배였다. 지난해 수원 삼성과의 16강 1차전에 1대0으로 이기고 2차전에 0대3으로 완패했던 악몽이 재현됐다. 울산의 ACL 도전이 또 한번 허망하게 멈춰섰다.

'K리그 대표' '한국 대표'를 표방하며, '지옥의 조'에서 일본, 호주, 중국 챔피언들을 모두 꺾고 조1위, 16강에 올랐던 울산이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올시즌 공격적인 영입을 통해 지지 않는 경기, 빠르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준 울산이기에, '원정지옥' 우라와에서 패기만만한 플레이로 '원정 징크스'를 깨뜨린 울산이기에, 14년만의 리그 우승을 목표 삼은 울산이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컸다.

무엇보다 1차전 승리 후 2차전 대패, 1년 전 패턴이 반복된 부분은 뼈아프다. 1차전 승리가 오히려 독이 됐다. 강팀의 '위닝멘탈리티'는 기회가 왔을 때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을 만큼 압도적이어야 한다. 고작 한 골, 겨우 1승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간절하게 도전해야 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스스로 안도하고 만족하는 순간, 상대는 틈새를 파고든다. 적어도 14년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강팀이라면 달라야 한다.

0대1로 패해도 8강이 가능한 상황, 안방에서 더 공격적으로 더 과감하게 승부를 걸어야 했는데 김도훈 감독의 울산은 그러질 못했다. '2골 이상 넣고 이겨야 사는' 우라와의 간절함이 '지켜도 사는' 울산을 꺾었다. 물론 지려고 경기에 나가는 선수는 없다. 우세를 지키겠다는 부담감이 도리어 위축된 플레이로 나타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울산 정도의 스쿼드라면, K리그 대표답게 뒤로 뺄 이유가 없다. 더 적극적이고, 더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우라와가 넣은 3골 모두 '크로스에 이은 헤더', 같은 방식으로 내준 부분 역시 아쉽다. '리그 최강의 철벽' 불투이스-윤영선 라인을 가동하고도 고로키에게 멀티골을 내줬고, 결국 대량 실점을 막지 못했다.

우라와는 안방에서 울산에 패한 후 치열한 일주일을 보냈다. 경기 후 오츠키 츠요시 우라와 감독은 승리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1차전에서 졌지만 잘 싸웠기에 실망하지 않았다. 영상을 통해 울산 선수들을 철저히 분석했고, 분석한 대로 이행했다"고 답했다. 이날 울산은 김인성 김태환 황일수 등 측면 스피드를 활용한, 울산이 가장 잘하는 공격에 집중했지만 좀처럼 답을 찾지 못했다. 오츠키 감독은 "울산은 전방압박이 좋고 빠른 선수가 많다. 1-2차전, 2경기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위에서 빠른 공격을 시도하는 것을 체크했고, 선수들에게 너무 따라가지 말라고, 내려서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를 선수들이 잘 이행해줬다. 덕분에 상대를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우라와는 울산의 패턴을 읽었고, 울산은 우라와의 똑같은 공격 패턴에 당했다. 진 팀은 변했고, 이긴 팀은 변하지 않았다. 절대 강팀도, 절대 약팀도 없는 토너먼트에서 작은 틈이 승부를 갈랐다. 2013년 전북전 이후 K리그 원정에서 6연패 중이던 우라와가 반전승리와 함께 8강 티켓을 가져갔다. 폭우를 뚫고 붉은 깃발로 울산 그라운드를 물들인 '열혈' 우라와 레즈 원정팬 400여 명이 경기장 조명이 꺼질 때까지 "우라와! 레즈!", 승리의 합창을 이어갔다. 우라와 관계자는 "우리는 저 팬들 때문에라도 절대 질 수 없다"고 했다. 이래저래 쓰라린, 울산 패배였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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