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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스(프랑스)=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여자축구 발전? 장기계획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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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노르웨이와의 최종전(18일 오전 4시)을 앞두고 15일, 프랑스 랭스 선수단 호텔에서 만난 4총사는 이구동성 '세계의 벽'을 이야기했다. 이소담은 "4년 전보다 세계의 벽이 높아졌다"고 했다. "세계 여자축구는 빨리지고 강해지고 발전했는데 저희는 제자리에 있지 않나 하는 죄책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금민 역시 "세계의 벽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 실망감, 상실감이 크다"고 했다. 9년 전 골든볼의 주인공, 여민지는 "열심히 잘 준비한다고 했는데 막상 부딪쳐보니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스피드도 피지컬도 많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풀백' 장슬기는 "한국 여자축구가 발전하려면 개인들이 그동안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WK리그도 지금보다 더 많이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우물안' WK리그에서 일희일비하던 이들이 세계의 벽을 절감하고 있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여자축구 '장기 발전 계획'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17세 대회 우승효과는 딱 한 달 갔던 것같다. 그저 마냥 좋았던 기억만 난다"고 했다. "연령별 대회에 우승하면 그걸로 끝이다.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 안주한다. 성인 레벨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하는데 '월드컵 한다, 준비하자' 식으로 단기 대회에 맞춰 벼락치기하듯 한다. 외국선수들에 비해 기량도 떨어질 뿐 아니라, 팀 개인들간 실력차도 크다. 원팀의 조직력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장기 프로젝트가 없다보니 그것마저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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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현재 프랑스 여자축구 등록선수는 13만8883명, 노르웨이는 11만4059명이다. 한국은 1472명이다. 동호인을 모두 합쳐도 5000명 남짓이다. 437명의 대학선수, WK리그 선수중 선발된 23명이 월드컵 무대에서 뛰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그러했듯 여자축구 에이스들은 남 탓, 환경 탓 하지 않았다. 우리가 더 잘해야, 여자축구 후배들의 길이 열린다는 책임감으로 여기까지 묵묵히 걸어왔다. 한국은 2023년 여자월드컵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조소현, 지소연이 지난 10년간 선배로서 이들을 이끌어왔듯이, 4년 후엔 이들이 대한민국 여자축구의 중심에서 후배들을 이끌어가야 한다.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바라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스스로를 돌아봤다. 여민지는 "신세계 그룹이 향후 5년간 100억 원을 후원해 주신다. 우리는 노르웨이전을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이소담 역시 "우리가 결과를 내야, 바랄 것도 있고 할 말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축구 저변, 환경이 좋지 않아도, 적은 인원 속에서도 우리 스스로 발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장슬기는 "선배 언니들이 지금까지 호소해왔던 문제들이다. 언니들의 노력 덕분에 원했던 일들이 하나씩 이뤄지고 있다. 언니들한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우리가 그 정신을 잘 이어받아서 더 열심히 하다보면 여자축구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금민은 "여자축구가 발전하려면 개인이 발전해야 한다. 여자축구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우리가 더 잘해야 하고, 관심을 받으려면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벼랑끝 승부' 노르웨이전을 앞두고 이들은 결연했다. 이금민은 "아직 탈락 확정은 아니다. 다 잊고 무조건 해야 된다. 간절하게 승점을 따야 한다. 골이 나와야 한다. 모든 선수가 그런 마음으로 뛸 것"이라고 했다. 이소담은 "작은 희망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협회에서 출정식도 열어주시고 팬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다. 지난 경기들을 되돌릴 순 없지만, 마지막 최선을 다해 승리로 보답하고 싶다. 더 열심히 이 악물고 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슬기는 "우리 것을 못보여줬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민지는 노르웨이전,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의 사명감을 이야기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다. 부상으로 오지 못한 언니들의 몫까지, 여자축구 대한민국 대표라는 책임감, 여자어린이들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사명감을 갖고 끝까지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랭스(프랑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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