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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을 복수하려던 포항, '비운'에 또 분루삼켰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9-06-02 20:57 | 최종수정 2019-06-03 05:38



2일 포항스틸야드에서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15라운드 'TK(대구·경북)더비'로 만난 포항 스틸러스와 대구FC는 각자의 목표가 확고했다.

A매치 휴식기에 앞서 마지막 리그 경기라 기분좋게 재충전 휴식기를 맞고 싶은 것은 두팀 모두의 인지상정이다.

여기에 감독 교체 이후 상승세 흐름을 탔던 홈팀 포항은 이전 14라운드 수원전 패배(0대3)에 이어 연패를 하면 안된다고 했다. 팀 분위기에 타격을 줄 수 있을 뿐더러 휴식기 직후 '동해안더비'이기 때문이다.

대구는 최근 3경기 연속 무패(1승2무)가 나쁘지 않지만 연속 무승부가 달갑지 않다. 다시 승리 모드로 전환해야 3위 추격을 이어갈 수 있다.

이는 겉으로 드러난 각자의 필승 이유일뿐, 드러나지 않은 관전포인트가 숨어있었다. 이른바 '애증의 리턴매치'다. 포항은 원한을, 대구는 기분좋은 기억을 안고 치른 경기다.

결과는 원한보다 긍정마인드가 앞섰다. 대구가 에드가의 멀티골을 앞세워 2대0으로 승리하며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를 이어나갔고, 포항은 김기동 감독 부임 이후 첫 연패를 안았다.

"복수혈전" vs "승부의 세계라는 게…"

이날 양팀의 감정이 교차한 중심에는 성적부진으로 중도 사퇴한 최순호 전 감독이 있다. 지난 4월 20일 포항은 대구와의 시즌 첫 대결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사흘 뒤 최 감독은 사퇴했고, 수석코치였던 김기동 감독이 대신 지휘봉을 잡았다. 최 전 감독의 사퇴 이유가 대구전 패배 때문만은 아닌 데도, 하필 사퇴 시점이 대구전 직후였다. 모시던 스승을 잃은 포항 입장에서 이런 대구를 다시 만났으니 곱게 보일 리 없다. 김기동 감독은 그때 대구전을 회고하면서 "이상하게도 모든 게 안풀린 경기였다"며 정상적인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당시 포항은 전반 7분 만에 실점하는 과정에서 한 시즌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슈팅에 당했고, 데이비드의 퇴장을 수적 열세에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 감독은 "그때를 생각하면 아쉬운 게 너무 많다"며 "오늘은 복수혈전"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구는 포항전 승리를 발판으로 3연승을 하며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올시즌 팀 최다연승이었다. 안드레 대구 감독은 "상대팀 감독 사퇴에 대해 뭐라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아쉽고 유감을 표한다"면서 "하지만 축구 승부의 세계라는 게 경쟁을 해야 한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막판 비운에 또 발목잡힌 포항

연패를 하고 싶지 않은 포항, 무승 사슬을 끊어야 하는 대구. 두팀 모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전반은 서로의 견제심리가 강하게 작용했다. 성급하게 라인을 끌어올리지 않고 선실점을 우선 막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공격이 풀리지 않은 포항은 간헐적인 대구의 공격에 위기를 맞을 뻔했지만 대구 못지않은 끈끈한 수비로 잘 넘겼다. 특히 전반 26분 골키퍼 강현무의 슈퍼세이브가 팀을 살렸다. 세징야가 아크 왼쪽 지점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워낙 정확하게 임팩트된 공이라 빨랫줄처럼 뻗어가는 것이 골로 연결될 게 확실시 됐다. 하지만 강현무가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왼팔을 뻗어 막아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각각 교체카드를 활용한 두팀은 후반 승부수를 띄운 듯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복수심'이 강한 포항이 더 적극적이었다. 포항은 라인을 바짝 올려세우고 대구를 연거푸 위협했다. 후반 6분 이진현의 중거리 슈팅을 시작으로 포문을 연 포항은 측면 중앙 가리지 않고 공격 루트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대구의 수비벽은 더 견고했고 문전까지 파고들지 못한 포항은 마무리가 계속 아쉬웠다. 아쉬움의 끝은 비운이었다. 포항은 또 불운에 시달렸다. 37분 전반에 눈부신 선방을 보였던 포항 골키퍼 강현무가 측면 크로스를 잡으려다가 놓쳤고, 옆에 있던 에드가가 슬쩍 밀어넣었다. 통한의 선제골을 허용한 포항은 3분 뒤 결정타까지 허용했다. 문전 쇄도하던 에드가가 오른 측면의 크로스를 받아 헤더슛으로 결정지었다.

결국 1개월여 전 비운을 복수하려던 포항은 비운에 또 발목을 잡히며 김 감독 부임 이후 첫 연패를 받아들어야 했다.
포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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