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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선수들, 경기 후 바로 퇴근 안하는 이유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9-05-28 14:46


◇26일 열린 수원 삼성전 후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는 대구 선수들.
 사진=김 용 기자

[스포츠조선=김 용 기자] "요즘엔 버스 타라고 해도 선수들이 안타요."

대구FC와 수원 삼성의 K리그1 13라운드 경기가 열린 26일 DGB대구은행파크. 경기 후 버스에 올라타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수많은 대구 홈팬들이 장사진을 쳤다. 그런데 선수들이 바로 버스에 타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팬들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즉석 팬사인회가 열렸다.

올시즌 K리그 화두는 대구다. 새 홈구장에서, 깜짝 놀랄만한 반전의 경기력을 보여주며 축구 인기 살리기 선봉에 서고 있다. 그러나 축구 인기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시점, 축구만 잘한다고 팬들의 성원이 이렇게 커진다는 건 쉽지 않다. 대구FC가 흥행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를 경기장 밖에서 엿볼 수 있었다.

대구는 지난 시즌까지 대구 월드컵 경기장을 홈으로 썼다. 거대한 규모의 경기장이기에 지하에 선수단 이동 통로가 따로 있어 경기 후 선수들과 팬들의 통로가 아예 차단됐었다. 경기 종료 후 가변석에 있는 팬들만 겨우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사진제공=대구FC
하지만 새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는 아담하다. 선수단 출입구를 나오면 곧바로 지상이다. 그 앞에는 넓은 공간이 있다. 팬들이 퇴근하는 선수들을 기다리기 딱 좋다.

그렇게 퇴근길 팬서비스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점점 모이는 팬들이 늘어났다. 수원전 후에 집결한 인파만 해도 수백명이 훨씬 넘었다. 구단도 안전을 위해 경호 인력을 배치하고, 안전 펜스를 설치하지만 선수들과 팬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큰 제약은 두지 않는다. 대구 관계자는 "개막할 때 선수들에게 버스에 타기 전 팬들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으니 팬서비스에 신경써달라는 얘기를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팬서비스에 나선다. 요즘에는 버스에 타라고 해도 선수들이 안탄다"며 웃었다.


 사진제공=대구FC
실제 수원전이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버스에 올라타기까지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경기를 뛴 직후라 피곤한 상태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시간 투자다. 특히 승점 3점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순위가 낮은 수원과 0대0으로 비겨 힘이 더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팬서비스는 계속 됐다.

누구 한 명 빠지는 사람도 없다. 안드레 감독을 시작으로 최고 인기 스타인 조현우, 외국인 에이스 세징야까지 귀찮은 표정 하나 없이 성실히 사인과 사진 촬영에 임했다. 주장 한희훈은 버스 뒷쪽 선수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을 찾아가 인사를 건네는 세심한 모습도 보여줬다.


 사진제공=대구FC

프로 스포츠는 팬 없이 존재 이유가 없다. 하지만 종목 막론하고 프로 선수도 사람이다 보니 인기가 많아지면, 팬서비스 등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지나친 관심이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프로 선수에게 팬서비스는 의무다. 대구 선수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기에 부담을 표시하기보다, 오히려 이를 즐기며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 의지가 경기 후 열리는 즉석 팬사인회에서 느껴지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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