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인물탐구]만화축구→'대팍'대박,조광래 사장의 '꿀잼' 축구철학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3-19 07:00


대구FC 조광래 대표이사<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야구든 축구든 재미있으면 팬들은 오게 돼 있다."

17일 K리그1 3라운드 대구-울산전(1대1무)이 펼쳐진 DGB대구은행파크는 사상 유례없는 개막 후 3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K리그의 '대세', 대구의 대박 이유에 대해 취재진끼리 설왕설래했다. "전용경기장 신축 효과." "'쿵! 쿵! 골!' 응원, 정말 신나더라." "대구에 야구 인기가 좀 떨어졌다." 잠자코 듣고 있던 대구FC 조광래 사장이 한마디 했다. "경기장만 좋다고 어데 오나. 결국은 선수들이 축구를 재미있게 해야지. 그게 먼저다. 경기를 재미있게 하면 팬들은 오게 돼 있다. 야구고, 축구고, 무조건 재미있으면 온다."

돌이켜보건대 조광래의 축구는 언제나 재미있었다. 특징이 또렷한 그의 축구에는 늘 별명도 따라다녔다. 2008~2010년 20대 초반 선수들을 중심으로, 빠르고 끈끈한 축구를 추구했던 경남은 '경남유치원'으로 회자됐다. '패스마스터' 윤빛가람은 조 감독 아래서 기량이 만개했다. 많은 팬들이 지금도 '인생축구'로 꼽는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 '만화축구' 역시 그의 작품이다. 팔색조같은 전술 변화, 빠르고 세밀한 패스축구, 궁극의 수비와 궁극의 공격을 추구하는 이 축구는 매경기 흥미진진했다. 그리고 2019년 '대팍'의 대박 현장에 어김없이 또 그가 있다. 1987년 대우로얄즈 지휘봉을 잡은 이후 지난 30여 년간, 국대에서도, 클럽에서도, 코치일 때도, 감독일 때도, CEO일 때도 그의 축구철학은 한결같다. "축구는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있는 축구의 요체는 결국 스피드다. 올수비에서 눈깜짝할 새 역습으로 전환하는 비현실적인 템포, 김대원-세징야-에드가, '대징가' 스리톱이 상대 골대까지 다같이 빛의 속도로 내달리는 에너지는 무시무시하다.

조 사장은 "경기가 재미 있으려면 템포가 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의 속도' '스피드' '템포'… .A대표팀 감독 시절부터 한결같이 강조해온 덕목이다.

"1996년 도요타컵에서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의 경기를 본 적이 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도 한 당시 세계 최고의 클럽이었다. 현장에서 보는데 정말 빠르더라. 개인기가 아무리 좋아도 그 템포를 따라가질 못하겠더라"고 떠올렸다. 조 사장은 '어떻게 훈련하면 저런 스피드를 낼 수 있는가'에 집중했다. 당시 레드스타 감독과 절친한 에이전트를 통해 체력 훈련 프로그램을 입수했다. 조 사장은 "감독이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라, 스포츠과학 박사 8명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축구는 순간 스피드가 필요하지, 100m 기록은 필요없다. 축구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것만 뽑아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피지컬 훈련을 할 때 지금도 이 프로그램을 참고한다"고 귀띔했다.





재미있는 축구를 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선수가 필요하다. K리그 빅클럽의 입질이 끊이지 않던 세징야와의 3년 계약은 신의 한수다. "세징야는 나이가 적지 않다. 나이 들어 팀 옮기면 힘들다고 조언했다. 안정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3년 뛰고 여기서 은퇴하라고 했다." 여자축구 선수 출신인 세징야의 아내에게 유소년 코치직도 제안했다. 조 사장의 진심이 통했다. "돈 많이 주는 것보다 선수 마음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스리톱의 한축, '영건' 김대원 역시 명문 진주고 출신 '컴퓨터 링커'조 사장의 선택이다. "바둑을 잘 둬서 뽑았다. 아마 2단이라더라"고 귀띔했다. "축구도 잘하고 머리도 좋다. 바둑을 그 정도 둘 정도면 보통 머리가 있는 게 아니다. 보인고에서 축구도 잘했다. 대학에 보내려는 걸 친구인 김석한 이사장(전 중등연맹 회장)에게 '문디같은 소리 하지 말고 보내라. 내가 키워보겠다'고 했다"며 '허허' 웃었다.

'3경기 연속 매진'의 '최초' 논란에 조 사장의 얼굴이 또다시 환해졌다. "그런 게 어딨노? 그런 거 없다. 우리가 처음이다"라고 단언했다. 조 사장의 지인 3명 중 1명이 표를 구하지 못해 2명은 입장하고 1명은 밖에서 기다렸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전했다. '돈 아깝지 않은, 90분 꿀잼 축구' 조 사장의 꿈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공짜표가 없다. 꼭 공짜로 들어가고 싶으면 내한테 이야기해라. 내 개인 돈으로 사줄꾸마. 양심 있으면 다음 경기부터는 사서 오겠지."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명품 사주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