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첫 친정 상대 '울보' 김민재, 23세 청년은 이렇게 성장한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9-03-07 11:05


전주=연합뉴스

"축구하고 이렇게 힘든 건 처음이다."

친정팀 전북 현대를 상대한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 김민재(23·베이징 궈안)가 눈물을 쏟았다. 6일 '전주성'에서 전북 현대와 2019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를 가진 그는 만감이 교차했다. 베이징은 전북에 1대3으로 무너졌다. 김민재는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공을 빼앗겼고, 그게 실점의 시작점이 되기도 했다. 김신욱과의 헤딩볼 경합에서 밀려 골을 내주기도 했다. 베이징 슈미트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기자의 질문에 "김민재가 중요한 순간 실수를 했다. 흐름이 전북 쪽으로 넘어갔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김민재는 속상했다. 그는 친정팀 상대로 잘 하고 싶었다. 이적료 60억원(추정) 이상을 벌어주고 떠난 전북 상대로 보란듯이 기량을 뽐내고 싶었다. 죽을 힘을 다 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었다. 베이징 궈안 수비라인은 단단하지 않았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자리를 옮긴 위다바오와 좌우 풀백 장타오, 리레이는 수비 밸런스를 잘 잡지 못했다. 김민재는 생각 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동료 선수들에게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이적생 김민재는 아직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그는 전북전을 마치고 전북 팬들과 베이징 팬들 양쪽을 다 찾아가 고개숙여 인사했다. 전북팬들을 향해 걸어가며 눈물을 흘렸다. 이때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고 한다. 김민재는 지난 1월말 베이징 궈안 이적에 최종 사인했다. 그 과정에서 '돈 때문에 중국에 팔려간다'식의 비난을 받았다. 일부 팬들은 야망을 버리고 돈벌기 위해 유럽 대신 중국을 선택한 김민재의 결정이 아쉬웠던 것이다. 아직 프로 경험이 적은 김민재는 팬들의 그런 비난에 SNS로 맞대응했다. 하지 않아도 될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팬들과 선수의 결정이 늘 같을 수는 없다. 팬들의 목소리가 다르고, 선수 개인의 결정이 다를 수 있다.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전북 팬들은 찾아와 인사해준 김민재를 박수로 맞았다. 김민재는 전북 구단에 효자 선수였다. 2017년 프로 입단 이후 전북에서 한국 최고의 중앙 수비수로 성장했다. 두 차례 K리그1(1부)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2년 만에 태극마크도 달았고, 지난해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걸고 왔다. 전북 구단은 김민재의 향후 추가 이적에 따른 2차 이적료와 연대기여금(베이징 구단 부담)까지 받아내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전북 구단은 이미 김민재에게 투자한 금액 이상의 수십배를 뽑아냈다. 그리고 김민재가 베이징에서 다른 구단으로 옮길 때 발생하는 이적료에서 일부를 받게 된다.

김민재는 전북 구단 관계자에게 지금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낯선 중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그에게 중국과 슈퍼리그는 아직 미지의 세계다. 그런데 경기장에서도 팀 동료들이 생각 처럼 움직여주지 않는다. '23세 청년' 김민재에게 첫 외국 무대는 처음이라 만만치 않은 것이다.

17살 위 형이자 산전수전을 다 겪은 대선배 이동국(40)은 이렇게 위로했다. "민재가 밤 잠을 잘 이루지 못할 것 같다. 안쓰럽다. 그러나 우리는 프로다. 힘이 되는 기사를 부탁한다." 이동국도 10여년 전 낯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경험이 있다. 그후 돌아와 지금의 K리그와 아시아 레전드가 됐다.
전주=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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