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야유가 쏟아졌다. '공공의 적' 손흥민(토트넘)이 소개되자 야유 소리가 더 커졌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토트넘의 유럽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이 열린 독일 도르트문트 지그널이두나파크. 도르트문트는 경기 전부터 손흥민을 경계했다. 이날 전까지 함부르크, 레버쿠젠, 토트넘 소속으로 도르트문트전 11경기에서 9골을 넣었으니, 그럴만했다. 토트넘이 3-0 승리한 16강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것도 손흥민이었다. 팬들 사이에선 도르트문트의 팀 별명 꿀벌에 빗대 '양봉업자'로 통한다.
관중석에서부터 견제가 시작했다.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야유를 보냈다.(아마도 리오폴드씨도 그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았다. 3-5-2전술의 투톱으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중반 왼쪽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상대가 강팀이기 때문에 우리가 수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선수들이 서로 희생했다"는 손흥민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전술 변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전반 31분, 손흥민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교묘히 뚫고 빠른 발을 앞세워 상대 박스 안까지 진입했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지만, 뒤따라오던 수비수의 견제에 제대로 된 슈팅을 쏘지 못했다. 공은 골대 왼쪽으로 빗나갔다. 주심에게 파울을 어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손흥민은 후반 26분 에릭 라멜라와 교체돼 나갈 때까지 경기장을 활발히 누볐다. 교체 직전엔 자기 진영 페널티 아크까지 내려와 공을 가로챘다. 4경기 연속 득점 침묵을 이어갔지만, 살신성인의 자세가 돋보였다. 후반 3분 해리 케인에게 선제실점한 뒤 8강 진출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도르트문트 팬들은 벤치로 물러가는 손흥민에게 더는 야유를 하지 않았다.
토트넘은 케인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결국 1대0으로 승리했다. 1-2차전 합계 4대0으로 2011년 이후 8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다.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 8강을 밟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후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에 오른 팀은 전 세계에서 8팀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8강에 올라 너무도 영광스럽다. 토트넘은 그 정도 자격이 있는 팀이다. 8강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챔피언스리그 8강 조 추첨식이 3월 15일 열리는 가운데, 손흥민은 "어떤 팀을 만나든 그들도 우리를 꺼릴 것이다. 토트넘도 충분히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그널이두나파크(독일 도르트문트)=조성준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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