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토트넘처럼 미치게 할 벤투호의 해법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12-28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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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럽에서 가장 핫한 공격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도,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도 아니다. 12월 한달 내내 대한민국을 뜨겁게 만들고 있는 남자, 바로 손흥민(토트넘)이다.

손흥민이 미쳤다. '미친 활약'이라는 말이 아니고서는 지금의 활약상을 설명할 수 없다. 손흥민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본머스와의 2018~20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 홈경기에서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시즌 9~10호골이다. 전반 23분 카일 워커 피터스의 패스를 받아 아크 정면에서 멋진 오른발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후반 25분에는 루카스 모우라의 슈팅이 아스미르 베고비치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이를 잡아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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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선수 보인다, 반등의 시작은 11월 A매치 휴식

2경기 연속 멀티골이자 최근 3경기 5골의 엄청난 상승세다. 12월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더욱 대단하다. 8경기(유럽챔피언스리그, 컵대회 포함)에서 무려 7골을 넣었다. 12월 몰아치기에 성공하며 EPL 진출 후 최단 기간 두자릿수 골에 성공했다. 2015~2016시즌엔 8골을 기록했고, 2016~2017시즌엔 1월 29일에 시즌 10호골을 넣었다. 2017~2018시즌엔 1월5일에 10호골을 폭발시켰다.

이달의 선수상에도 한발 더 다가섰다. 손흥민은 리그 한정, 6경기에서 6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팀 동료인 해리 케인(5골-2도움),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5골-3도움), 아스널의 피에르 오바메양(5골-2도움)과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있다. 손흥민이 12월의 선수가 될 경우, 2016년 9월과 2017년 4월에 이어 개인 통산 세번째로 수상하게 된다.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사실 손흥민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여름부터 엄청난 혹사를 겪었다. 시즌이 끝난 후 곧바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치렀다. 한국, 오스트리아, 러시아를 오가는 타이트 한 일정 속 '에이스'의 중압감까지 견뎌야 했다. 월드컵을 마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프리시즌을 치렀고, 다시 영국으로 복귀해 EPL 개막전을 소화했다. 끝이 아니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치렀다. 인도네시아로 날아갔다. 주장 완장을 단 손흥민은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결과는 금메달. 하지만 쉴 틈은 없었다. 바로 새롭게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벤투호에 합류했고, 이어 다시 토트넘 일정을 소화했다. 그야말로 살인적 강행군이었다.

당연히 플레이도 정상이 아니었다. 손흥민 특유의 빠르고, 정열적이고, 날카로운 움직임이 사라졌다. 11월1일 웨스트햄과의 리그컵 2골이 전부였다. 손흥민이 주춤한 사이, 포지션 라이벌들이 펄펄 날았다. 대신 기회를 얻은 에릭 라멜라, 루카스는 매경기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반등의 기회가 찾아왔다. 11월 A매치였다. 손흥민은 호주행 대신 런던에 남았다. 대한축구협회는 토트넘과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차출을 협상하며, 11월 A매치는 소집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손흥민은 보름 동안 몸 만들기에 주력했다. 모처럼 휴식으로 충전에 성공한 손흥민은 곧바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11월25일 첼시전에서 리그 첫골을 넣으며 반등을 시작했고, 12월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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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살린 포체티노의 묘수, 벤투가 얻어야 할 힌트는?

달라진 것은 체력만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기술적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폭발적인 주력과 환상적인 슈팅력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단점이었던 세밀함과 연계력마저 좋아졌다. 손흥민은 이제 약점을 찾기 어려운, 완전체로 진화했다. 이같은 손흥민을 살려준 것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 변화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왼쪽에 주로 있던 손흥민의 위치를 살짝 위로 올렸다. 이 미세한 위치 조정은 신의 한수가 됐다.

이 변화로 '미드필더'였던 손흥민은 최근 '포워드'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케인과 사실상 투톱 형태가 된 손흥민은 더욱 공격적으로 변모했다. 손흥민이 4-2-3-1의 날개로 나섰을때는 경기를 풀어가는데 초점을 맞춘다. 공격수라고 해도 손흥민의 위치는 엄연히 미드필더다. 필요하면 내려서서 볼을 받아야 했고, 경기를 풀어나가야 했다. 키핑력과 패스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는 손흥민의 장점이 아니다. 미드필드 자리에서는 2중, 3중의 압박을 상대해야 했다. 수비 부담도 있다.

위로 올라선 손흥민은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폭발적인 주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손흥민은 쉴틈없이 상대 뒷공간을 파고들었다. 수비 보다 한참 뒤에 있어도 주력 경쟁에서 압도하며 기회를 만들었다. 델레 알리는 이런 손흥민을 두고 "내가 본 가장 빠른 선수"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기회가 생기면 과감히 때렸고,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포워드 자리에서 움직였지만, 케인을 중심으로 좌우로 빠져들어가며 측면 공간을 활용했다. 현재 토트넘이 미드필드를 중앙에 집중시킨 다이아몬드 형태를 활용 중이지만, 측면에서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손흥민의 움직임 덕분이다.

이같은 포체티노 감독의 묘안은 59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벤투호에 큰 힌트가 될 수 있다. 벤투호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에이스' 손흥민이 터져야 한다. 아시안컵의 핵심은 골이다. 한수위의 팀을 상대해야 하는 월드컵에서 수비가 중요하다면, 한수 아래 혹은 비슷한 팀들과 격돌하는 아시안컵은 공격이 열쇠다. 황의조(감바 오사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등장했지만, 손흥민이 살아야 득점력이 올라갈 수 있다.

손흥민은 벤투 체제하에서 아직 골맛을 보지 못했다. 4-2-3-1 포메이션을 메인으로 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왼쪽 날개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토트넘과 같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해결사' 보다는 '조력자'로 활용하고 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해, 원톱 아래서 주로 움직인다. 침투하기 어려운 동선이다. 손흥민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핵심은 '스프린트'다. 손흥민의 위치를 조금만 조정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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