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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후년 쯤 우승 한번 도전해봐야죠."
최 감독의 말대로였다. 포항과 최 감독, 최 감독과 포항 모두 서로를 외면할 이유가 없었다. 포항은 최 감독 부임 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최 감독은 포항이 강등 위기에 놓였던 2016년 10월 지휘봉을 잡았다. 12년만의, 친정으로의 복귀였다. 최 감독은 팀을 빠르게 장악하며 9위로 K리그1 잔류를 이끌어냈다. 최 감독의 축구가 본격화된 2017시즌, 비록 상위 스플릿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공격적인 축구로 호평을 받았다. 팀 최다 득점 2위(64골)와 최소 무승부(7무)를 기록하며 7위에 자리했다.
포항은 올 시즌 마침내 상위 스플릿 진출에 성공했다. 3년만의 일이었다. 4일에는 4년간 이어온 수원 징크스마저 넘으며 4위로 점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기시권에 두고 있다. 최 감독식 축구가 완전히 자리잡았다. 성적 외에도 지난 2년간 유소년 지도자들과 협의를 통해 연령별 카테고리를 재정립하고 훈련 프로그램 매뉴얼을 보완하는 등 포항 선수단 구성의 근간인 유스 시스템을 정비했다. 최 감독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계획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웃었다.
이제는 한단계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전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결국 선수들이 올라서야 한다. 최 감독은 "아직도 도전했다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시도를 하지 않으면 잃는 것은 없지만 얻는 것도 없다"고 했다. 팀 수준을 높이기 위해 선수 영입에도 많은 공을 들일 계획이다. 포항은 시즌 중 이석현, 떼이세이라, 김지민, 김도형 등을 영입해 재미를 봤다. 최 감독은 "구단이 예전처럼 큰 돈을 쓸 수 없는 만큼 아래쪽 리그도 살펴봐야 한다. 무명 선수를 일류 선수로 키운다면, 지원하는 쪽에도 요구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고 했다. 포항은 일단 일찌감치 스카우트를 남미로 파견해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지켜보는 한편, 내셔널리그, K3리그 등도 주시하고 있다.
최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언제나 덤덤한 그지만 "지금의 분위기라면 분명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다음 시즌에는 우리 힘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려봐야죠. 그 다음해에는 우승도 도전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최 감독의 마지막 도전이 시작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