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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레이트스타디움(영국 런던)=조성준 통신원]아스널과 리버풀이 3일 런던 에미레이트에서 맞붙었다. 이 경기 전까지 열린 5경기에서 27골이 터졌다. 많은 골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초라했다. 1대1. 큰 기대와 달리 딱 2골만 터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공격적이었고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에메리, 클롭, 두 감독의 전술 변화가 인상 깊었다. 클롭 감독이 꺼내든 4-2-3-1 전형과 에메리 감독의 이워비 풀백 기용이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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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
아스널은 중앙에서 짧은 패스를 통해 수비를 끌어낸 다음, 좌우에 위치한 콜라시나치와 베예린에게 볼을 연결시켜 올라오는 크로스를 주 공격루트로 사용한다. 따라서 양쪽 풀백의 위치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살라와 마네를 만난 오늘 아스널로서는 그 측면 뒷공간이 걱정될 수 밖에 없었다.
리버풀 역시 양쪽 풀백인 로버트슨과 아놀드를 높이 올린다. 얼리 크로스를 기대하는 동시에 살라와 마네가 안 쪽에서 충분히 플레이 할 수 있는 기회를 공격 형태를 가져왔다. 그러나, 역시 간결한 패스로 골 찬스를 만들어내는 아스널을 상대로는 뒷공간을 걱정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두 팀 모두 전반 초반 풀백의 과한 공격 가담은 자제하는 형태를 취했다. 전방 압박에 집중하고, 최대한 빠르게 슈팅까지 마무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후방에서 볼을 소유하는 경우에도, 다른 경기에 비해서는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전반 중반이 지나가고 두 팀 모두 한층 공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서는 어쩔 수 없이 그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스널은 전반 중반이 지나서부터 콜라시나치와 베예린으로부터 위협적인 크로스들이 본격적으로 이어지기 시작했고, 리버풀 역시 뒤 공간으로 파고드는 마네와 살라에게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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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마무리 된 전반이 끝나고, 리버풀은 꽤나 놀랄만한 전술 변화를 택했다. 클롭 감독이 리버풀의 부임한 이후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4-2-3-1 전형이었다. 밀너가 오른쪽 윙으로 자리를 옮기고 피르미누가 공격형 미드필더, 살라가 원 톱으로 자리한 형태였다.
이는 무엇보다 아스널의 패싱플레이를 방해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여졌다. 4-3-3으로 경기를 운영할 시에는, 수비가담이 적은 마네와 살라를 커버하기 위해 밀너와 바이날둠이 측면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러는 동안 중앙에는 자연스럽게 공간이 생겨났고, 외질, 라카제트, 므키타리안 등은 투 터치 이내의 빠른 템포를 통해 이 공간을 아주 여유롭게 이용해 나갔다.
클롭 감독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전반전 동안) 세 명의 미드필더로 아스널을 방어하기에는 꽤나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클롭 감독은 하프타임에 포메이션 변화를 통해 사이드를 조금 내주더라도, 바이날둠과 파비뉴가 좀 더 중앙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결국 포메이션에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변화는 우리의 엄청난 도움을 주었다"고 한 클롭의 말처럼 이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아스널이 중앙에서 펼치는 패스 플레이의 횟수가 줄어들며 공격 횟수가 늘어났고, 이에 더불어 선제골이라는 결과도 만들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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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롭 감독의 4-2-3-1에 대응한 에메리의 선택 역시 놀랍고 과감했다. 리버풀이 최우선 적으로 방어하려는 중앙을 포기하고, 사이드 공격에 집중한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리버풀은 후반 들어 중앙을 방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측면이 허술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측면을 더욱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골을 만들어 내겠다는 방법을 택했다. 에메리 감독은 후반 23분 므키타리안을 빼고 이워비를 투입했다. 36분에는 이워비를 풀백으로 배치하고 웰백까지 투입시키는 강수를 두었다. 측면에서 이워비와 웰백이 개인 돌파를 시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백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고, 결국 거기서 골이 터졌다. 라카제트가 뒤로 빠져들어가는 움직임을 이워비가 놓치지 않았고, 라카제트는 이를 손쉽게 골로 연결시켰다. 경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에메리 감독이 "이워비의 에너지와 퀄리티는 매우 중요했다"며 "그가 경기에 중요한 임팩트를 주었다"고 극찬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결국 양 팀의 골 모두 감독의 과감한 선택에서 나왔다. 감독의 선택이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