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전 승리 못살린 수원삼성 '이번에도 선수단 책임?'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9-04 05:25





수원 삼성이 또 '졸전' 논란에 휘말렸다.

2일 벌어진 K리그1 27라운드 대구와의 원정경기서 2대4로 패했다. 전남과의 24라운드 4대6 패배에 이어 하위팀에 또 무기력하자 수원팬 민심은 다시 악화됐다.

그렇지 않아도 서정원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의사로 어수선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전북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8월 29일)에서 거둔 3대0 대승은 서 감독의 사퇴 발표 직후 '충격요법'에 따른 일시적 효과에 지나지 않았다.

이번 대구전에서 수비 불안 등 하반기 큰 문제점을 다시 드러냈다. 전북전에서 먹힌 포백으로의 변신은 대구전에서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수원이 하위팀 대구에 고전한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전북과의 1차전으로 인해 체력적으로 열세였고 박기동 신화용, 사리치 등 부상자가 대거 발생한 것도 악재였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원인이다. 보이지 않는 내부 속사정, '감독 돌연 사퇴'라는 상황이 연출되기까지 잠재적 불안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

서 감독의 사퇴의사는 단순히 성적부진에 따른 책임감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도 넘은 팬 비난'에 구단과의 소통·신뢰 부족이 얽혀 있다. 이 과정에서 감독 사퇴의 내막을 알게 된 선수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클 수밖에 없다. 이는 사기 저하로 이어진다. 대구전에서 수원 선수들의 움직임이 이상하리만치 저하된 모습을 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 감독이 겪은 과도한 팬 비난은 선수들에게도 커다란 위축 요인이다. 수원 구단에 따르면 선수들은 과거 심리상담 전문가를 통해 심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수원 팬들의 야유와 비난이 너무 심했던 때에 선수들이 고통을 호소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일부는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여서 구단 차원에서 심리상담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 감독의 사퇴 이유 중 하나로 '과도한 팬 비난'이 부각되면서 '트라우마'를 걱정한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이 더 커지는 건 당연하다.


여기에 서 감독과 구단의 껄끄러운 관계를 모를 리 없는 선수들은 구단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구단이 지난해 서 감독과의 재계약건을 놓고 시간을 끌 때 맏형 염기훈이 선수단 전체 의견을 대표해 재계약을 공개 촉구할 정도로 서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는 두텁다.

이런 서 감독을 구단이 감싸주지 못한 모양새로 비치면서 선수들의 상실감은 크다. 한 선수는 "서 감독님이 단순히 팬들의 비난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구단 관계자는 서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 "선수단 수당, 스카우트 채용 등의 문제에서 구단 방침과 감독의 요구사항이 잘 맞지 않은 부분은 있었다. 하지만 사퇴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바와 같이 수당 문제로 감독과 구단이 엇박자가 난 적이 있다. FA컵 16강전을 전후해 기록적인 무더위와 빡빡한 경기 일정이 겹쳤을 때다. 서 감독은 지쳐있는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FA컵 승리수당을 건의했다가 거절당했다. 구단이 2016년부터 '아마추어팀과의 경기에서는 수당을 제외한다'는 내부 규정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 구단에서 이런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는 없다.

구단은 비용 절감 차원이었겠지만 전에 없던 규정에 대해 프로 선수들의 실망감은 적지 않았다. 아마추어팀이라 해도 내셔널리그, K3 등 그들의 리그를 갖고 있고, 프로팀을 누르고 4강까지 진출하는 등 돌풍이 잦은 무대가 FA컵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결국 작은 소통 부족이 쌓이고 쌓여 불통이 됐고, 이런 상황을 목격한 선수들은 '전의'를 잃어가고 있는 게 수원의 현실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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