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푸른데얀'과 '월드컵사나이'의 스토리가 어우러진 광복절 슈퍼매치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8-08-16 05:20


2018 K리그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가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서울 안델손이 역전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8.15/



K리그의 대표 흥행상품 슈퍼매치가 모처럼 흥미 만점의 명승부를 선사했다.

'푸른데얀'이 날자 '월드컵 사나이'의 카운터 펀치가 날카로웠다.

수원 삼성과 FC서울이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23라운드, 통산 86번째 슈퍼매치에서 격돌했다.

서울의 짜릿한 극장승리였다. 데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러시아월드컵에서 부쩍 성장하고 돌아온 고요한에게 흔들렸고, 종료 직전 안델손의 극장골까지 더해 2대1로 승리했다.

이로써 서울은 통산 슈퍼매치 전적에서 32승22무32패로 균형을 이뤘다. 반면 수원은 연속 무승의 징크스를 13경기(6무7패)로 늘리며 '데얀효과'를 보지 못했다.

'슈퍼매치를 잊어라'…각기 다른 속사정

'슈퍼매치를 잊어라.' 경기 시작 전 두팀 감독의 각오는 이렇게 압축할 수 있었다. 속사정은 확연히 달랐다. 수원은 징크스를 깨고 싶었다. 통산 전적에서 32승22무31패로 박빙으로 앞서 있지만 연속 무승 징크스가 시급하게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이전까지 수원은 2016년 11월 FA컵에서 서울에 2대1 승리한 이후 7경기 동안 4무3패의 성적을 거뒀다. 리그 전적으로 놓고봤을 때는 2015년 4월 5대1 승리를 거둔 이후 3년째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선수들에게 슈퍼매치라고 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평소 경기 때보다 오히려 말을 아꼈다"고 말했다. 괜히 슈퍼매치를 언급했다가 선수들이 가질 부담감을 우려해서였단다. 그는 "그전에도 그랬고 선수들이 슈퍼매치의 무게를 의식하면서 제대로 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맞대결을 보면 내용에서는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퇴장이 나오거나 실수로 인해 실점을 하면서 스스로 꼬인 적이 있었다"며 '슈퍼매치'를 일부러 감춰뒀다고 했다. 서울 이을용 감독대행은 "슈퍼매치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 말자"고 했단다. 현재 서울에게는 승점 3점을 더 챙기는 게 절실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대행은 "슈퍼매치에서의 승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1점이라도 보태야 하니 패배를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경기를 시작했다.


2018 K리그1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가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선제골을 넣은 수원 데얀이 세리머니를 자제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8.15/


날아오른 '푸른데얀' Vs '월드컵의 사나이'

'슈퍼매치의 사나이' 데얀이 일찌감치 날아올랐다. 전반 4분 만이었다. 그는 PK 지점으로 드리블 돌파한 뒤 침착하게 왼발로 낮게 깔아찼다. 공은 왼쪽 골대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때마침 서울 응원석 쪽 골대였다. 데얀은 골세리머니를 생략한 채 예의를 갖췄지만 반대쪽 수원 응원석은 폭염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데얀은 올해 초 숱한 화제를 남기며 수원으로 이적한 이후 3번째 맞은 슈퍼매치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슈퍼매치에서는 2017년 10월 21일 이후 10개월 만이다. 더불어 자신의 슈퍼매치 최다골 기록도 '8'로 늘렸다. 종전 최다 7골을 서울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만들었다가 '푸른 데얀'으로 변신해 최다 기록을 이어가는, 보기 드문 '스토리'에 수원팬은 물론 축구팬들의 보는 재미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덕분에 수원은 지긋지긋한 징크스도 깰 줄 알았다. 하지만 '푸른데얀' 효과는 여기까지였다. 슈퍼매치에서 만큼은 '이기는 맛'을 아는 서울의 '승리 DNA'가 더 무서웠다. 그 중심에 러시아월드컵의 사나이라 불리는 고요한이 있었다. 고요한은 사실 체력적으로나 컨디션에서 이번 경기에 출전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 감독대행은 "고요한의 수원전 출전 의지가 강했다. 후반 한때 교체해 줄 생각도 했지만 끝까지 뛰겠다고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요한은 후반 4분 역습 상황에서 벼락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고요한의 동점골 투혼 덕분에 종료 직전인 46분 안델손의 극장골이 가능했다. 고요한은 동점골 이후에도 조영욱과의 찰떡같은 호흡으로 골대를 맞히는 수원의 수비라인을 연신 괴롭혔다. 고요한에게 흔들린 수원 수비라인은 결국 마지막 2분을 버티지 못했다. 2018년 광복절 슈퍼매치는 '모처럼 재미있었다'는 평가와 함께 수원의 분루가 교차한 채 다음을 기약했다.
수원=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