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의 품격, 대구FC 한희훈이 병원에서 선수 입장한 훈훈한 사연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7-31 11:31


한희훈과 대구FC 팬 신선영씨. 사진제공=대구FC

대구FC 주장 한희훈이 병원에서 선수입장했다. 지난 5월 전남전 관중석에서 서포터스로 경기를 치른 바 있는 한희훈의 두번째 이색 출전.

한희훈이 병원을 찾은 것은 전북전을 앞둔 지난 26일이었다. 오랜 대구FC 팬인 신선영씨의 병문안을 갔다. 지난 6월말 큰 수술을 한 신선영씨는 병원에 입원해 재활운동 등 치료를 받고 있어 정규리그 후반기에 아직 경기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소식을 들은 주장 한희훈은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직접 이벤트를 준비했다. 신선영씨를 위해 경기장을 병원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경기장을 옮기지는 못했지만, 그 기분을 전달하기로 했다. 유니폼과 주장완장을 갖추고 깜짝 방문해 선수입장을 재현했다. 또 직접 쓴 손편지와 친필사인 유니폼, 주장완장, 비타민 음료까지 선물도 준비했다. 동료 서포터스들의 도움도 받았다. 대구FC 서포터스 '니나노'의 김은희씨와 '낭띠' 이정우씨가 한희훈의 방문을 비밀로 한채 신선영씨를 약속 장소로 데리고 왔다.

먼저 구단 직원들이 신선영씨를 만났다. 한희훈이 몰래 대기하는 사이 구단 직원들은 신선영씨에게 한희훈 선수 응원 메시지 촬영을 요청했고, 평소 한희훈의 팬인 신선영씨는 의심 없이 촬영에 임했다. 촬영이 끝나갈 때쯤 한희훈의 선수입장이 시작됐다. 유니폼과 주장 완장을 갖춰 입은 한희훈이 몰래 다가가 신선영씨의 어깨를 두드렸다. 신선영씨는 갑작스런 한희훈의 등장에 놀람과 동시에 감동의 눈물을 보였다.

한희훈은 "몇 경기째 안 오셔서 제가 찾아왔습니다. 서포터스석이 허전하니 빨리 돌아오세요"라며 쾌유를 빌었다. 한희훈은 직접 써내려간 손 편지와 함께 실착 유니폼을 선물하고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자신이 찬 주장 완장에 '하루 빨리 경기장에서 볼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라는 응원 메시지를 적어 전달했다.

신선영 씨는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해 우울하기도 했었고, 한 달째 병원 생활하며 힘들었는데, 평소 좋아하던 한희훈 선수의 깜짝 방문에 뜻 깊은 선물까지 받아 기쁘다"면서 "얼른 회복해서 경기를 보러 가겠다"고 말했다.

병문안으로 훈훈한 감동을 전달한 한희훈은 바로 이어진 경기에서 신선영씨와 대구 팬들에게 골을 선물했다. 지난 전북전(1대3 패)에 선발로 나서 역습으로 올 시즌 첫 골을 터트렸다. 한희훈은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과 병원에서도 중계를 통해 매 경기 응원을 보내주시는 신선영씨 덕분이다. 앞으로도 팬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야겠다"고 말했다.

한희훈은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 팀이 연패에 빠져있을 때도 원정석 앞에 서서 사과를 전했고, 출전정지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자 서포터스와 함께 동료 선수들을 응원했다. 그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까지 2년째 주장을 맡고 있다. 특유의 파이팅과 솔선수범하는 태도로 동료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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