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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포항 스틸러스 측면 수비수 강상우(25)가 결승골로 팀 승리를 이끈 뒤 인터뷰 말미에 말했다.
지난 16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최종 명단에서 탈락의 아픔을 겪은 동료 골키퍼 강현무를 향한 메시지였다. 강현무는 최근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줄곧 주전 골키퍼를 맡았다. 송범근(전북 현대)과 함께 아시안게임 출전이 유력했다. 하지만 조현우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 활약을 바탕으로 와일드카드가 됐다. 그러면서 강현무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본인은 물론이고, 동료들에게도 충격이었다.
그러나 강현무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구전에서 신들린 선방쇼를 펼쳤다. 공교롭게도 상대 골키퍼가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였다. 강현우는 파이팅이 넘쳤다. 공이 굴절되는 슈팅까지 역동작으로 막아냈다. 특히,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추가 시간, 세징야의 날카로운 슈팅을 뛰어난 반사 신경으로 쳐냈다. 대구는 이날 19개의 슈팅(유효 슈팅 5개)으로 강하게 몰아 붙였지만, 강현무가 끝까지 한 골을 지켜냈다. 적장인 안드레 대구 감독은 "세징야의 득점력이 좋은데, 오늘은 강현무가 더 빛을 발했다고 본다"고 했다. 최순호 포항 감독 역시 "아시안게임에 선발되지 못한 걸 시위라도 하듯이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안 뽑혔지만, 성장해서 더 높은 대회에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마음 고생을 한 강현무는 "사실 뽑힐 것이라 생각했는데, 명단에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리그에서 잘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못해서 안 뽑힌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면서 "팀이 위기에 있어서 잘 되길 바랐다. 감독님이 믿고 좋아해주시니까 보답하려고 했다. 내가 여기서 흔들리는 건 안 좋은 모습이기 때문에, 보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감독과 동료들의 위로가 큰 힘이 됐다. 최 감독은 아시안게임 명단 발표 후 강현무를 비롯해 이근호 이광혁 등과 함께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모두 올해 아시안게임 발탁 가능성이 있었던 선수들. 최 감독은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현무는 "이런 일, 저런 일도 있는 것이라며, 괜찮다는 위로를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동료들도 힘을 실어줬다. 그는 "주장 (김)광석이형이 경기 전에 '오늘은 현무를 위해서 뛰자'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힘이 더 많이 났다. 형들이 앞에서 너무 열심히 뛰어줘서 나도 목숨을 걸 정도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현무는 "이제 승리가 많아질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포항은 자칫 하위권으로 쳐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1995년생의 창창한 골키퍼 강현무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애정 어린 위로를 건넨 동료들이 있었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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