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눈]프랑스는 모드리치를 밀어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7-16 14:05


ⓒAFPBBNews = News1

프랑스는 이기는 법을 알고 있었다.

프랑스가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를 4대2로 꺾었다. 20년 만에 우승이다. 과거의 화려함은 잊었다. 팀으로서 완성도와 이길 수 있는 축구를 택했다. 박경훈 전주대 교수와 축구학과 분석팀은 결승전에서 드러난 프랑스 우승의 결정적 요인을 분석했다.

결승전의 두 팀은 4강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으로 나왔다. 세 차례 연장전을 치른 크로아티아는 초반부터 맹렬히 전진했다. 끊임없이 뛰고 전방부터 압박했다. 프랑스는 냉정하게 움직였다. 기존 여섯 경기와 마찬가지로 수비조직을 단단히 구성했다. 이후 준비한대로 경기를 운영했다.

크로아티아의 달라진 경기운영

이날 크로아티아의 4-2-3-1 포메이션에서 모드리치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모드리치가 라키티치와 3선에서 '2'를 구성하면 크로아티아는 볼을 후방부터 점유하며 움직였다. 반면 모두리치가 '3'의 중앙에 위치하면 주로 2선에서 득점으로 이어질 키 패스를 시도한다. 이때 브로조비치를 3선에 배치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훌륭하게 활용하던 조합이다.

반면 프랑스전은 달랐다. 시작부터 양쪽 풀백이 동시에 높이 전진했다. 평소 패턴과 달랐다. 라이트백 브르살리코가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스트리니치는 후반에 골이 필요하거나 상대의 공수전환 속도가 느려졌을 때 높이 전진했다. 이는 크로아티아가 빠른 시간에 선제골을 노렸다는 의도를 알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는 프랑스에 비해서 세 차례의 연장전에 따른 체력의 열세와 역습의 파괴력이 부족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하다. 또한 음바페가 역습을 위해서 수비에 깊이 가담하지 않는다면, 크로아티아는 측면에서 2대1 수적우위를 만들 수 있었다. 득점을 위한 공략 지역이 될 수 있었다.

프랑스는 이 점을 정확히 파악했다. 4-4-2로 촘촘히 수비조직을 구성했다. 음바페는 측면 깊숙이 위치했다. 상대 측면과 수적 동률을 만들었다. 초반 15분 동안 반대편의 마투이디 못지않게 수비에 집중했다. 결국 전반 18분에 프랑스의 세트피스에 이은 만주키치의 자책골로 리드를 잡았다. 지루와 그리즈만이 투톱으로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서 수비무게를 더했다. 프랑스의 의도대로 안전하고 실리적인 경기 흐름을 만들었다.

데샹 감독의 지략이 돋보였다. 공격진의 재능이 더 위협적인 벨기에전과 오히려 반대로 운영했다. 프랑스는 벨기에를 상대로 4-3-3 수비조직을 만들었다. 음바페에게 일체 수비 부담을 주지 않았다. 윙백 포지션에서 공격을 전개하던 아자르를 라이트백 파바르와 일대일로 맡겼다. 이어 발생하는 공간은 캉테와 마투이디가 빈 틈 없이 커버했다. 포그바도 소속팀과 다르게 헌신적으로 간격을 유지했다. 이로 인해서 음바페는 역습에 집중할 수 있었다.



모드리치가 내려섰다

크로아티아는 역습에 대한 부담을 지울 수 없다. 선제실점 시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하기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질 위험이 컸다. 때문에 측면에 공격을 강화한 만큼, 측면 뒤 공간을 막기 위한 밸런스 유지가 필요했다. 브로조비치 한 명이 커버하기엔 상대가 너무 강했다. 결국 한 명은 더 안정적인 포지셔닝이 필요했다.

결국 모드리치가 내려섰다. 프랑스의 촘촘한 수비블록을 피해서 공간을 찾는 동시에, 오른쪽 측면 뒤 공간에 대한 밸런스를 유지했다. FIFA 제공 히트맵에서도 모드리치는 기존 경기들 보다 하프라인 근처의 오른쪽 부근에서 녹색점이 많이 찍혀있다.

프랑스의 의도를 크로아티아도 모를 리 없었다. 모드리치가 후방으로 밀려날수록 크로아티아는 부진했다. 16강전 덴마크전과 8강전 러시아전의 전반동안 드러난 공통적 문제점이었다. 하지만 토너먼트, 심지어 월드컵 결승전에서 밸런스를 무너뜨리면서까지 선제골을 노릴 팀은 없을 것이다. 즉, 모드리치의 후방 이동은 크로아티아가 경기를 장악할 힘을 잃게 만들었다. 많이 뛰는 정신력과 별개의 문제였다.

프랑스 입장에선 최대 위협요소를 밀어냈다. 크로아티아는 측면도 뛰어난 팀이지만, 많이 뛰고 공간을 만들어서 침투하는 형태의 크로아티아 공격 형태는 체력적 한계가 명확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크로스를 내주더라도 바란과 움티티는 크로아티아를 압도할 제공권이 있다. 결국 크로아티아가 만주키치를 향해서 롱킥을 시도했다. 여기에 데샹은 캉테를 제외하고 장신 미드필더 은존지를 투입하는 용병술까지 성공했다.

반대로 프랑스는 자신들의 재능을 한껏 활용했다. 역습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단순했다. 음바페와 그리즈만의 앞 공간을 향하여 긴 패스를 시도했다. 세트피스에서 추가 득점도 끌어냈다. 결국 크로아티아는 예상대로 체력적 한계를 보였다. 모드리치가 후반 중반에 올라섰지만, 프랑스 수비라인의 형태를 흔들어줘야 할 만주키치는 지쳐있었다. 풀백과 미드필드진의 공수전환 속도도 느려졌다.

결국 프랑스의 우승이었다. 우승팀으로서, 화려한 멤버를 보유한 팀으로서 특별한 영감을 주는 축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이기는 팀들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다. 공격수들부터 열심히 수비에 헌신했다. 전환 속도는 대단히 빨랐으며, 세트피스를 비롯한 찬스에서 해결하는 능력도 보여줬다. 결승전에 모두 보여줬다. 이기는 팀이 정답이라면, 프랑스는 답을 알고 있었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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