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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도 미뤘다, 아파도 아플 수 없는 유상철 전남 감독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07-16 05:20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수술하면 재활까지 시간이 걸리니까요."

킥오프를 앞둔 유상철 전남 감독, 기자회견실로 들어오는 모습이 매우 힘겨워 보였다. 이유가 있었다. 무릎통증 때문이었다.

"훈련할 때 선수들에게 말로만 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설명하는 게 어떤 것인지 몸으로 시범도 보여야 하고, 패스도 맞춰 줘야 하죠. 그 과정에서 무릎에 다시 부담이 갔는지, 많이 아프더라고요. 걷기도 어렵네요."

사실 유 감독은 현역 시절에도 무릎부상으로 몇 차례 고생했다. 결국, 그는 2006년 독일월드컵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은퇴를 선언해야 했다.

유 감독은 은퇴 후 재활에 몰두했다. 그러나 한동안 잠잠했던 그의 무릎통증이 최근 다시 심각해졌다. 구단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유 감독의 연골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 당장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유 감독은 수술은 물론, 목발도 짚지 않은 채 경기에 나서고 있다.

수술도 목발도 마다한 유 감독,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시즌이 한창인데 제가 수술과 재활로 자리를 비울 수는 없죠. 게다가 7~8월은 경기 일정이 빡빡해서 절대로 자리를 비우면 안돼요. (급한 대로) 목발도 생각은 했지만,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열심히 뛰잖아요. 제가 그 앞에서 목발을 짚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선수들이 열심히 하니까 저도 그들에게 힘을 줘야죠."

유 감독의 강한 의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전남은 14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상주와의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17라운드 홈경기에서 2대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전남은 4월25일 서울전 승리 이후 지긋지긋하게 이어오던 '무승'에서 탈출, 후반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수술도 미룬 채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유 감독, 아프다는 말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유 감독의 다짐은 단호하다. 괴롭고 힘들어도 그의 선택은 '동행'이다. 그라운드를 향해 내디디는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고 어색하더라도 선수들이 뛰는 한 유 감독도 물러서 있을 수 없다. 전남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18라운드 원정 경기를 펼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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