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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세대가 찬란히 빛났다. 모두의 예상을 깬 전술로 승부를 결정했다.
벨기에가 7일(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월드컵 8강전에서 브라질에 2대1 승리했다. 32년 만에 4강 진출이다. 월드컵 기간에 처음 꺼낸 전술 패턴이었다. 단점은 감췄고 브라질의 장점은 약하게 만들었다. 박경훈 전주대 교수와 축구학과 분석팀은 벨기에의 승리 전술을 파헤쳤다. 파격적이고 창의적인 형태로 황금세대의 4강을 만들었다.
벨기에 로베르토 마르티네즈 감독은 8강전까지 장점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다. 풍부한 센터백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 스리백을 썼다. 다양한 공격자원을 위해서 스리톱도 병행했다. 그 사이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케빈 더 브라이너가 3-4-3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되며 수비를 병행했다. 윙백은 과한 전진으로 측면 뒤 공간이 수시로 무너졌다. 간격이 멀어지며 데 브라이너는 고립됐다. 스리백 계열 포메이션의 핵심은 윙백인데, 정작 벨기에는 전문 윙백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더 브라이너 전진
더 브라이너는 월드컵 전 언론을 통해서 "대표팀에서 내 역할에 불만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전문가들도 일본전 직후 비판을 쏟아냈다. 3선 이하에 배치되며 더 브라이너의 장점인 정교한 킥과 득점을 만들어줄 키 패스 투입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수비전환이 느린 약점만 드러냈다. 브라질전은 본인과 주변의 바람대로 공격에 집중했다. 벨기에의 포메이션은 3-4-3으로 같았지만, 이번엔 스리톱의 윙포워드로 배치했다.
더 브라이너 전진배치는 나비효과를 불렀다. 시너지 효과와 연쇄작용으로 벨기에의 경기 내용이 달라졌다. 벨기에와 데브라이너는 상대가 볼을 소유하면 4-3-3 수비조직으로 변형했다. 스리톱은 간격을 좁혔고 더 브라이너는 중앙으로 이동했다. 상대 빌드업 시작점인 페르난지뉴를 견제했다. 전방 압박을 위한 움직임은 없었다. 공격에만 힘을 모을 수 있었다.
기존 더 브라이너가 있어야 할 위치엔 로멜루 루카쿠가 이동했다. 왼쪽에 넓게 위치하며 브라질 공격의 핵심이 되는 풀백 마르셀루의 높은 포지셔닝을 견제했다. 벨기에의 선제골 이후 마르셀루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자, 역으로 루카쿠에게 역습을 위한 공간이 더 많아졌다. 더 브라이너의 추가골이 터지는 공간이 발생한 원점이었다.
미드필드진도 긍정적 변화를 보였다. 더 브라이너가 전진하며, 두 중앙 미드필더로는 수비 기여도가 높고 장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악셀 비첼과 마루앙 펠라이니를 기용했다. 둘은 복잡한 빌드업 없이 포백 라인과 간격 유지에 집중했다. 불과 4일 전에 일본에 고전하던 벨기에의 가장 큰 문제는 중원 라인 사이 간격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승부는 훨씬 강한 브라질을 상대로 성공적이었다. 짧은 시간에 준비한 대단한 변화였다.
샤들리-뫼니에 시프트
나세르 샤들리는 브라질전 승부수의 핵심이었다. 벨기에의 4-3-3 수비조직에서 비첼-펠라이니와 미드필드진을 구성했다. 1선부터 3선까지 간격을 매우 좁혔다. 이 세 명의 미드필더는 브라질의 짧은 패스와 개인 드리블 돌파 시도를 허용하지 않는 공간 커버를 유지했다. 특히 볼이 측면으로 이동 시, 포백으로 변환하며 왼쪽 풀백이 되는 얀 베르통언이 압박하며 측면까지 접근하면, 뱅상 콤파니와 벌어진 사이 공간을 커버했다. 샤들리의 활동량과 상황 인식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우측 윙백 토마스 뫼니에도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스리백과 포백을 오가는 중심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공한 히트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뫼니에(15번)는 공격 시 높이 오버래핑하지 않았다. 히트맵에서 하프라인 밑으로 진한 색으로 활동범위가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뫼니에는 공격역할을 스리톱에게 맡기며 밸런스만 유지했다. 수비조직 시엔 빠른 타이밍에 4-3-3의 오른쪽 풀백에 합류하며 포백 전환을 이끌었다. 특히 파리 생제르맹 팀동료인 네이마르를 집중 마크하며 솔로 드리블과 돌파에 무너지지 않았다. 비첼과 펠라이니와 협력하며 네이마르를 묶은 장본인이 됐다.
두 윙백의 안정감은 벨기에의 고민을 덜었다. 벨기에는 이미 승부를 결정할 스타들을 보유했다. 여기에 공수 밸런스까지 찾으며 유력한 우승 후보가 됐다. 또 하나의 소득은 주장이자 에이스인 에당 아자르의 기량도 극대화 된 것이다. 아자르는 더 브라이너와 마찬가지로 천부적인 공격재능에 비해서 수비 기여도는 약점이다. 샤들리가 아자르에게 빠른 템포의 패스 연결 후, 아자르의 개인 돌파에 따라 발생하는 뒤 공간을 지능적인 거리 유지로 도왔다.
브라질의 아쉬움도 있었다. 네이마르는 혼자 해결하기에 급급했다. 필리페 쿠티뉴는 빈 공간을 향한 침투 움직임은 없이 개인의 슈팅을 위한 패턴과 각도 만들기에 몰두했다. 브라질은 압도적인 솔로 플레이로 8강까지 진출까지 가능했지만, 벨기에의 협력수비에 공간이 틀어 막혔다. 후반 막판으로 갈수록 마음도 급해졌다. 단조롭던 패턴이 답답하게 이어졌다.
벨기에의 황금세대는 '4강'을 이루었다. 특히 브라질과의 8강전이 의미하는 바는 많다. 2018년 브라질은 역대 대표팀 중 손에 꼽힐 만한 공수밸런스를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반면 벨기에는 화려한 면면에 비해서 밸런스가 가장 약점으로 꼽혔다. 그랬던 벨기에의 승부수가 브라질을 무너뜨렸다. 자책골의 행운과 빠른 문제 수정을 보여줬다. 이래서 월드컵은 흥미롭고, 우승은 신의 선택이라고 한다.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