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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잘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보여줬고요. 이번 대회 가장 훌륭한 골 보여줬잖아요."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한국시각) 멕시코전 패배 후 라커룸에서 고개숙인 '신태용호' 태극전사들을 향해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스웨덴-멕시코전 2연패, 16강 탈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그라운드에서 손흥민은 목놓아 울었다. 4년 전 생애 첫 브라질월드컵에서 눈물을 쏟으며 '울보'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다. 지난 4년간 절치부심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소속팀 토트넘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두 번째 러시아월드컵에서는 활짝 웃겠노라고 다짐했고, '활짝 웃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사나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손흥민이 또다시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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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로 뒤진 전반전 후 하프타임엔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환담했다. "2∼3번 기회가 있었는데 아주 아쉽다"는 문 대통령의 관전평에 인판티노 회장은 "그래도 아직 후반이 남아있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뒷심이 강합니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예언대로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만회골이 나왔다. 비록 패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를 모르는 정신력으로, 멕시코의 골망을 통렬하게 흔든 '대한민국 에이스' 손흥민의 골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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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통한 라커룸 분위기, 대통령 내외는 승패에 개의치 않았다. 마지막까지 다리를 절뚝이면서 모든 것을 쏟아낸 이들의 투혼에 아낌없는 감사와 박수를 보냈다. 오히려 환한 미소로 아들같은 선수들의 손을 잡았다. 문 대통령은 스웨덴전에 이어 멕시코전에서도 인상적인 '폭풍 선방'을 선보인 골키퍼 조현우를 격려했다. 김정숙 여사는 PK골을 내주며 여론의 십자포화를 받고 있는 센터백 장현수를 진심으로 위로했다. "잘했어요, 잘했어요." 축 처진 어깨를 두드렸다. 문 대통령은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수비수 박주호의 다리를 걱정스럽게 들여다봤다. "빨리 회복해야 할 텐데… 괜찮아요?"라며 관심을 표했다.
사력을 다했지만, '불가항력' 팀을 구해내지 못한 손흥민이 대통령 앞에서 애써 참았던 눈물을 다시 쏟고 말았다. "괜찮아, 잘했어, 잘했어." 문 대통령이 손흥민의 어깨를 감쌌다.
문 대통령은 승패의 부담감 속에 외롭고 힘든 싸움을 이어온 23인의 태극전사, 축구 청년들의 상처를 다독였다.
"충분히 잘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번 대회에서 가장 훌륭한 골을 보여줬잖아요."
잔인한 승부의 세계, 눈물의 경기장에서 대통령의 진심어린 위로는 힘이 됐다. 멕시코에 일격을 당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스웨덴을 잡으면서 '16강 실낱 희망'을 살린 신태용호는 27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카잔아레나에서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 나선다.
손흥민은 "대통령님께서 많이 위로해주셨다. 선수들 잘했다고, 다음 경기 잘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선수들도 조금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라커룸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들이 실망하고 기도 죽고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나라를 위해 해야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죽기 살기로 해야죠"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문 대통령은 라커룸을 떠나는 순간까지 '울보' 손흥민을 살뜰히 챙겼다. "손흥민, 어디 갔어?"라고 주위를 살피더니 미안함, 아쉬움, 속상함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 손흥민을 자신의 옆에 세웠다. 눈물을 닦고, 다시 한번 뜨겁게,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