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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터뷰]'1998멕시코전'김도훈 울산 감독"흔들림없이,후회없이,잘하는것 하라!"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6-23 10:14



"잘하던 것을 해야 한다. 주위에 의해 흔들리면 안된다."

20년전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 선발 공격수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이 멕시코전을 앞둔 신태용호 후배들을 향해 따뜻하고도 냉철한 조언을 던졌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23일 0시(한국시각)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에서 난적 멕시코와 마주한다. 1차전에서 세계최강 독일을 꺾은 이변의 강팀을 상대로 힘든 도전에 나선다.


현역 시절 '갈색폭격기'라는 애칭으로 불린 김 감독은 대한민국 공격수의 계보를 잇는 레전드다.1994년 우크라이나전에서 데뷔한 후 이후 10년간 대한민국 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로서 A매치 72경기에서 30골을 터뜨렸다. 2000년 3월 28일 잠실벌에서 후반 추가시간, '세계 최강' 브라질을 무너뜨린 짜릿한 결승골은 지금도 회자된다. 세계 축구사에서 한국이 브라질을 꺾은 유일한 경기다. 성남일화의 3연패를 이끌던 전성기 시절 선수, 코칭스태프로서 신 감독과 동고동락했다. 신 감독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중 하나다. 울산의 통영 전지훈련지에서 후배들의 경기를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다.

1차전 스웨덴전 패배 직후 비판 여론 속에 김 감독은 신태용호에 대한 믿음을 표했다. '이럴 때일 수록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건넸다. "준비를 잘했을 것이다. 결과가 안좋을 때 '다른 방법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들은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준비했는데 결과가 안좋은 것이다. 신 감독도 스웨덴, 멕시코, 독일전을 각각 어떻게 갈 것인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기본적인 생각의 틀이 주위에 의해 흔들리면 안된다. 여론에 의해 끌려가면 생각했던 것이 안나올 수 있다. 그런 중심을 지켜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선수들도 제일 잘해오던 것, 잘하던 것 해야한다. 그것과 다르게 가면 다 놓칠 수 있다. 계획했던 대로 해야 한다. 결과가 안좋다고 바꾸면 안된다. 잘하는 걸 끄집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홍명보 서정원 하석주 김도훈
전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답게 공격에 대한 아쉬움은 살짝 내비쳤다. "아쉬운 것은 유효슈팅이다. 그게 많이 아쉽다. 원톱이 고립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멕시코전은 다르게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스웨덴전 '라인'에 대해 김 감독은 "공격부터 수비까지 모두 최선을 다해 상대를 막으려는 마음가짐과 자세는 아주 좋았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가 하기 위해서 준비한 것은 분명 있는데 결과가 안좋아서 반감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격이든 수비든 최선을 다하려던 부분은 좋았다. 실수를 줄였으면 한다. 하나씩 줄이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집중력과 자신감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년 전 프랑스에서 악전고투했던 공격수 김도훈은 러시아에서 후배들이 겪을 마음고생을 누구보다 이해한다. 당시 1차전 멕시코전에서 1대3으로 패한 후 2차전 네덜란드에 0대5로 완패했다. 3차전 벨기에전, 머리가 깨져도 좋다는 감동의 투혼으로 1대1 무승부를 거두며 팬들의 사랑을 되돌려놓았다. "우리 때는 인터넷 세상이 아니어서 그나마 좀 덜했다. 요즘은 모든 것이 너무 오픈 되니까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비난을 하는 것도 결국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다. 선수들도 그걸 알 것"이라고 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 어차피 누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선수단이 다함께, 하나가 돼야 한다"며 결속을 당부했다.

"스웨덴전 결과에 의해 질타를 받지만, 경기에 임하는 태도, 경기내용에서 그동안 했던 것보다 좋아졌다. 결과가 안나오면 당연히 나쁜 이야기가 나온다. '원팀'이란 마음으로 실수하더라도 서로를 격려하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기력하다든지 자신감을 잃어서는 절대 안된다. 우리는 월드컵에 대한민국 대표로 나가 있는 것이다. 자부심을 갖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국이 사실상 러시아월드컵 출전국 32개국 중 최약체 아니냐는 말에 김 감독은 단호하게 고개 저었다. "제일 부족하지는 않다. 우리 선수들이 갖고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것이 운동장에서 얼마나 나오는가가 중요한데 아직 못보여주고 있는 것뿐이다. 분명히 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부담감을 떨치고 자신감을 갖고, 가지고 있는 100%를 모두 하겠다는 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김 감독은 월드컵 태극전사의 자부심을 이야기했다. "은퇴한 후 새삼 더 느끼게 된다. 월드컵 출전은 엄청난 영광이자 엄청난 자부심이다. 지금도 알겠지만 나중에, 은퇴 후엔 더 느끼게 된다."

후배들을 향해 경험에서 우러난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나중에 후회할 것 없다. 지금 있을 때, 다 쏟고 나와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역량을 다 쏟아붓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바로 이 순간이 정말 중요하다. 몇 번을 나가도 마찬가지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축구인생을 올인한다는 생각으로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다. 응원하다"며 신태용호 태극전사 후배들에게 힘을 실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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