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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멕시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57·콜롬비아 출신)은 명성 대로 스마트한 전략가였다. 그는 상대를 최대한 존중해주면서도 반드시 이긴다는 필승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미디어의 끊임없는 질문에 마치 준비라도 한 듯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쏟아냈다. 여유가 있었고, 자신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전 승리로 자칫 오버할 수 있는 부분까지 잡아주었다.
오소리오 감독은 22일 오후(현지시각) 한국과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 앞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우리의 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 도전이고 우리는 준비를 잘 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과 멕시코는 24일 새벽 0시(한국시각)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맞대결한다.
한국은 스웨덴과의 1차전서 아쉽게 0대1로 졌다. 이번 멕시코전에서 승리할 경우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다. 멕시코는 1차전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우승 후보 독일을 상대로 로사노의 결승골로 1대0 승리했다. 객관적인 전력상으로는 한국이 멕시코에 크게 밀린다. 멕시코는 FIFA랭킹 15위이고, 우리나라는 57위다. 42계단 차이가 난다. 멕시코는 우리나라를 제압할 경우 2승으로 조기에 16강행을 확정할 수 있다.
오소리오 감독은 "한국은 훌륭한 적이다. 기성용은 스완지시티에서 뛴다. 공 배분을 잘 한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잘 한다. 9번 등 여러 포지션을 볼 수 있다. 김신욱은 공중볼에서 강하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우리 상대는 위대한 팀이다. 감독도 경험이 많다. 어려운 상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국 한국을 취대한 배려해서 코멘트했다. 열심히 분석한 티가 났다. 한국 선수들의 정확한 이름을 기억했고 장점을 짧게 설명했다.
또 그는 신태용호에 대해 "한국의 강점은 여러 선수들이 여러 포지션을 뛸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감독은 자주 포메이션을 바꾼다. 스리백도 쓸 수 있다. 감독 결정에 달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소리오 감독은 공부를 많이 한 지도자로 통한다. 미국, 영국에서 스포츠과학을 배웠다. 잉글랜드축구협회에서 코치 라이선스를 땄고, 네덜란드축구협회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았다. 한국과 같은 조편성이 된 후 2002년 4강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나러 네덜란드까지 갔다왔다. EPL 맨시티 코치를 지냈고, 콜롬비아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의 리그 3연속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멕시코 지휘봉을 잡은 건 2015년이다. 오소리오 감독은 축구 전술에 해박하고, 상대 분석이 뛰어난 지도자다. 기본적으로 포백 수비를 선호한다. 독일전에선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변형 스리백 등 매우 다양한 전술 변화를 주기도 한다. 개성이 다양한 멕시코 선수들도 오소리오 감독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로스토프(러시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