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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환의 월드컵 인사이드]일병 김민우, 태극전사의 눈물은 한번으로 족하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6-20 04:21 | 최종수정 2018-06-20 04:22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조별 예선 첫 경기가 18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김민우의 태클에 대해 스웨덴 선수들이 항의하고 있다. 비디오판독에 의해 패널티킥 판정이 내려졌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18/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조별 예선 첫 경기가 18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김민우가 태클로 클라에손을 저지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18/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과 스웨덴의 조별 예선 첫 경기가 18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김민우를 손흥민이 위로하고 있다. 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6.18/


'일병' 김민우(상주 상무)의 눈물을 보았다. 믹스트존에 선 그는 '슬픔' '미안함' '억울함' 그리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표정이었다. 김민우가 내준 PK골은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 월드컵 대표팀에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스웨덴전 1패를 안겼다. 김민우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해당 선수는 자신이 패배의 원인 제공자라는 사실로 괴롭다. 첫 월드컵에 첫 경기, 그것도 햄스트링을 다친 박주호 대신 교체로 들어가 실점하고 말았으니 정신적인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 손흥민(토트넘)은 "월드컵 본선은 무서운 무대"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국가를 대표해 겨룬다. 개인 기량도 좋아야하고 또 팀적으로도 강해야만 오래 살아남는다. 그래서 혼자 잘 해선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은 참 어렵다. 또 4년 만에 열리는 월드컵 본선이 경험이 적은 초심자들에게 힘든 건 심적 압박감이 무지막지하게 크기 때문이다. 우선 무대(스타디움)가 주는 웅장함과 팬들의 함성 소리가 심장박동수를 평온하게 가만 놔두지 않는다. 많은 경험과 강심장이 아니라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또 대표팀을 향한 자국 팬들의 무한 기대와 심장을 도려낼 것 같은 비판이 기다리고 있다.

김민우는 복잡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겨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계속 "미안하다"고 했다. 동료 선수들, 코칭스태프, 팬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자신의 판단 미스로 결과가 안 좋았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김민우가 스웨덴 클라에손의 발을 걸어 PK를 내주는 장면을 보면 정말 아쉬움이 크다. 김민우가 조금 더 다리가 길었다면 공을 먼저 터치했을 것이고 VAR(비디오판독)에서 PK 결정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김민우가 상대 선수의 발을 먼저 걸려고 한 의도는 없었다. 공을 차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을 뿐이다.

박주호가 햄스트링 파열로 더이상 남은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 따라서 왼쪽 측면 수비 선수는 김민우와 홍 철(상주) 둘 뿐이다. 김민우는 남은 멕시코전과 독일전을 위해 필요한 자원이다.

동료 태극전사들이 그의 풀죽은 어깨를 다독이고 있다. 주장 기성용과 손흥민이 "너 때문에 진게 아니다. 고개를 숙이지 말자"고 위로했다. 후배 황희찬과 이승우는 일부러 김민우에게 장난을 치고 농을 걸어온다. 큰 형님 같은 차두리 코치도 김민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민우가 충격에서 잘 벗어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동안 현장에서 선수들의 여러가지 눈물을 보았다. 이천수는 2006년 독일월드컵 마지막 스위스전에서 0대2로 지고 난 후 눈시울을 붉혔다. 모든 걸 쏟아부었지만 1승1무1패 조 3위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이천수의 눈물은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4년 전엔 당시 노랑머리 막내였던 손흥민이 '울보'가 됐다. 손흥민은 첫 월드컵이었고 22세로 어렸다. 아쉬운 슈팅 실수도 제법 많았다.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했고, 손흥민은 목놓아 펑펑 울었다.

손흥민은 김민우가 흘린 눈물이 뭘 의미하는 지 누구 보다 잘 알 것이다.

태극전사들이여, 그들의 눈물은 한번으로 족하다. 더이상 울지 마라. 세계 최고의 축제 무대에서 부담을 좀 내려놓고, 기죽지 말고, 맘껏 기량을 펼쳐라. 그 후 결과는 웃으면서 겸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으로 종치는 게 아니다. 계속 갈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스포츠2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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