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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멕시코]여우 VS 여우, 신태용은 히딩크까지 만난 오소리오를 어떻게 대응할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8-06-20 14:16


신태용 대 오소리오 감독 스포츠조선 ⓒAFPBBNews = News1

축구 월드컵 본선 같은 한 경기의 비중이 큰 승부에선 사령탑의 '게임 플랜'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공격과 수비 어디에 포인트를 두느냐에 따라 경기 내용과 결과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신태용 한국 축구월드컵 대표팀 감독(48)은 '여우' '꾀돌이'로 통한다. 상대팀 분석을 잘 하고, 그것에 맞춰 대응 전략을 잘 짜는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올인'을 선언했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첫 스웨덴전을 0대1로 내주고 말았다. '정보전'을 펼치며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러나 전력의 열세, 불운(PK골) 그리고 무딘 역습 등이 겹치면서 졌다.

코너로 몰린 신태용 감독의 이번 상대는 '바이킹' 스웨덴 보다 한 수 위 '아즈텍의 후예' 멕시코다. 신 감독이 상대할 적장은 남미를 대표하는 전략가로 급부상한 오소리오 감독(57)이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선수 시절 신 감독 처럼 미드필더로 뛰었다. 부상으로 일찌감치 26세의 나이에 은퇴하고 스포츠과학 공부를 시작했다. 신 감독은 "오소리오 감독은 꾀가 참 많은 감독이라고 알고 있다. 스웨덴은 어떻게 나올 지 예상이 됐는데 멕시코는 수가 다양해 고민이다"고 말했다.

오소리오 감독의 멕시코는 1차전서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0대1로 무너트리는 이변을 연출했다. 1패의 우리나라가 멕시코에 진다면 사실상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적이다. 반면 1승의 멕시코는 승리할 경우 2연승으로 16강이 확실해진다.

이런 팀 상황에서 한국과 멕시코의 두 '여우' 감독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게임 플랜을 두고 벤치 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심적으로 더 쫓기는 쪽은 신태용 감독일 것 같다. 이번에도 지면 사실상 독일전의 의미가 크게 없어진다. 따라서 승리하거나 최소 비겨야 독일전에 다시 모든 걸 걸어볼 수 있다. 따라서 게임 플랜을 선택하는데 고민이 깊을 것 같다. 스웨덴전 처럼 '선 수비 후 역습'도 가능하고, 공격적으로 맞불을 놓을 수도 있다.

반면 멕시코 오소리오 감독은 여유가 있다. 기본 전력이 한 수 위인데다 신태용호가 어떤 식으로 나오더라도 바로 그것에 대응할 전략과 전술을 갖춰 놓은 상태다. 멕시코 대표팀 내외부에선 "한국을 상대할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오소리오 감독과 멕시코 선수들은 한국전이 어려울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건 멕시코가 정신적으로도 잘 무장돼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 멕시코의 중심에 오소리오 감독이 서 있다. 그는 공부를 많이 한 지도자로 통한다. 미국, 영국에서 스포츠과학을 배웠다. 잉글랜드축구협회에서 코치 라이선스를 땄고, 네덜란드축구협회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았다. 한국과 같은 조편성이 된 후 2002년 4강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나러 네덜란드까지 갔다왔다. EPL 맨시티 코치를 지냈고, 콜롬비아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의 리그 3연속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멕시코 지휘봉을 잡은 건 2015년이다. 오소리오 감독은 축구 전술에 해박하고, 상대 분석이 뛰어난 지도자다. 기본적으로 포백 수비를 선호한다. 독일전에선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상대와 상황에 따라 변형 스리백 등 매우 다양한 전술 변화를 주기도 한다. 개성이 다양한 멕시코 선수들도 오소리오 감독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신태용 감독과 오소리오 감독 둘 다 머리를 많이 쓰는 지도자들이다. 이런 경우엔 경기를 너무 감독 스타일 대로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선수들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도록 믿고 맡겨주는 선택도 상대를 제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국-멕시코전은 24일 오전 0시(한국시각)에 열린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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