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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원래 무슨 일만 있어도 울어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 공식 기자회견. 서정원 수원 감독의 눈은 붉게 충혈 돼 있었다. 그는 "원래 잘 운다"며 쑥스러운 듯 허허 웃었다.
둘은 현역 시절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등 수많은 국제무대를 함께 누볐다.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길로 접어들면서 아군보다는 적으로 만나는 일이 더 잦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여전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서 감독은 "황 감독님이 없다고 생각하니 뭔가 이상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황 감독이 떠난 자리. 또 한 번의 슈퍼매치가 기다리고 있다. 수원과 서울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올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를 치른다.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경기'를 필요로 한다. 수원과 서울은 지난달 열린 올 시즌 첫 번째 대결에서 무득점 무승부를 기록했다. 여기에 역대 최소관중을 기록, 역대 최악의 슈퍼매치로 평가됐다.
서 감독은 "두 번째 슈퍼매치다. 첫 번째 슈퍼매치는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운 경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슈퍼매치는 조금 더, 특히 어린이날에 하는 만큼 어린이들에게 축구가 재미있는 스포츠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답답함과 아쉬움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 서 감독은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예전에는 양 팀에 스타급 선수들이 즐비했다. 팬들 입장에서는 관심이 증폭됐다. 선수들 자존심 대결도 치열했다. 열기가 반영됐다. 관심도 있고, 그날도 기다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은 운영도 반토막이 났다. 그라운드의 열기도 많이 식었다. 예를 들어 좋은 제품을 내기 위해서는 선택지가 많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감소됐다. 하지만 슈퍼매치에서 많은 것을 원하고 있다. 뭔가 이곳에서 다 이뤄지는 것처럼.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많다"며 "당연히 좋은 경기 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책임감을 갖고 슈퍼매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노력한다. 있는 역량 최대한 발휘해서 경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답답함과 아쉬움, 여기에 그리움까지 더해 치르는 서 감독의 슈퍼매치. 어린이날 어떤 결과를 받아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