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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필드(영국 리버풀)=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안필드는 거대한 '헤비메탈 공연장'이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추구하는 '헤비메탈 풋볼'. 거기에 꼭 맞는 '헤비메탈 팬'들로 가득했다.
리버풀은 4일 밤(현지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17~2018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8강 1차전에서 3대0으로 승리했다.
UCL경기를 알리는 앤썸이 흘러나왔다. 센터서클에서는 '별들'이 원을 그렸다. 리버풀 팬들은 '유 윌 네버 워크 얼론(you'll never walk alone)'을 불렀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 리버풀팬들은 한명 한명이 존 레논이었다.(레넌 사후 그가 리버풀 팬이었음이 밝혀졌다. 참고로 다른 비틀즈 멤버들은 리버풀을 좋아하지 않았다. 메카트니는 에버턴 팬이고 링고 스타는 아스널팬이었다. 조지 해리슨은 축구에 관심이 없었다)
리버풀 선수들이 볼을 잡으면 경쾌한 노래를 부르고 함성을 질렀다. 반면 맨시티 선수들이 볼을 잡으면 야유를 퍼부었다. 야유는 끊이지 않았다. 흡사 '레퀴엠(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같았다.
전반 12분 첫 골이 터져나왔다. 다들 열광했다. 클롭 감독도 피치 위에서 주먹으로 하늘을 갈랐다. 21분 체임벌린의 골이 나왔다. 더 큰 함성이 나왔다. "뷰우티이풀, 뷰우티이풀"이 이곳저곳에서 나왔다. 31분 마네가 쐐기골을 넣었다. 팬들끼리 끌어안고 노래부르고 발을 굴렀다. 그러면서도 맨시티 선수들이 볼만 잡으면 '레퀴엠'을 계속 토해냈다.
후반 11분 레퀴엠은 최고조에 달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귄도안을 빼고 라힘 스털링을 넣었다. 스털링은 리버풀 유스 출신이다. 리버풀팬들이 가장 사랑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랬던 그가 2015~2016시즌 맨시티로 팀을 옮겼다. 리버풀 팬들에게는 '배신자' 그 자체였다
스털링이 볼을 잡으면 '세계에서 분노가 가장 많이 섞여있는' 레퀴엠이 나왔다. 맨시티 선수들은 그 분위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뭔가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경기 종료 10분 전 리버풀팬들은 '유 윌 네버 워크 얼론'을 불렀다. UCL 정상을 향해 끝까지 나아가겠다는 다짐이었다. 그 약속과 함께 안필드에서 리버풀의 행복했던 90분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