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패스 안해" 알리-에릭센의 짜증, 어떻게 봐야하나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4-02 17:36 | 최종수정 2018-04-02 20:15


ⓒAFPBBNews = News1

'손샤인' 손흥민을 향한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델레 알리(이상 토트넘)의 농담 섞인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상황은 이랬다. 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1라운드, 토트넘이 2-1로 앞서고 있던 후반 21분이었다. 손흥민은 에릭센의 침투패스를 받아 오른쪽 측면을 돌파했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 두 명과 몸싸움을 이겨내고 슈팅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에 막혔다. 이후 손흥민은 흘러나온 볼을 다시 잡았다. 손흥민 주위에는 두 명의 수비수와 골키퍼가 있었고, 페널티박스 가운데에 에릭 라멜라가 노마크로 서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슈팅을 선택했다. 이 무리한 슈팅은 골키퍼에 막혔고, 다행히 문전에 있던 알리가 흘러나온 공을 다시 차 넣어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다행히 골이 들어갔지만, 라멜라는 한동안 손흥민을 째려봤다. 에릭센도 손흥민을 향해 라멜라를 가리키며 큰 소리를 질렀다. 살얼음 같은 리드를 잡고 있었던 토트넘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했던 골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토트넘은 스탬포드 브리지 원정에서 28년간 이기지 못했다. 또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달려있었다. 이 경기 전까지 4위 토트넘과 5위 첼시의 승점차는 5점이었다. 단숨에 8점으로 벌릴 수 있는 기회였다. 토트넘의 승리를 확정지을 수 있는 골이었기에, 동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경기 후 선수들이 입을 열었다. 에릭센은 농담이라는 전제를 달고 "손흥민이 골 넣는 걸 어렵게 만들었다. 만약 득점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손흥민에게 큰 실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알리가 골을 넣었다"라고 말했다. 알리도 "조금 짜증이 났다. 손흥민에게 싫은 소리를 몇마디 했다"며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볼이 연결됐다"고 했다. 영국 매체도 이 상황에 주목했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에릭센은 왜 세 번째 골이 터진 후 손흥민에게 고함을 쳤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상황을 설명했고, 영국 ESPN도 이와 관련해 '첫 번째 슈팅이 막히자마자 패스를 해야 했다. 다행히 손흥민의 두 번째 슈팅이 막혔을 때, 알리가 있었다. 운이 좋게도 치명적인 결과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동료들의 뼈있는 농담, 영국 매체들의 지적이 이어졌지만, 손흥민의 잘못으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좋은 찬스를 어렵게 만든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하지만 판단의 문제였지, 손흥민 입장에서는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당연히 골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포지션이었다. 공격수는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주변을 살피기도 쉽지 않았다. 슈팅 실패 후 리바운드를 잡는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토트넘은 3대1로 이겼다. 첼시 원정 징크스를 깼고,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손흥민도 원톱으로 나서 교체될때까지 활발한 움직임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실 이같은 일은 유럽축구에서 비일비재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국내 팬들에게는 슈팅을 자주하는 스타일 때문에 탐욕스럽다는 평가를 듣지만, 유럽축구에서는 어느정도 용인을 받고 있다. 공격수가 찬스에서 슈팅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알리도 대수롭지 않은 해프닝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그는 토트넘 구단 공식 영상에서 "에릭센은 손흥민이 어시스트를 주지 않아서 화가 났고, 난 손흥민이 똑바로 해결하지 않아서 화가났다. 하지만 손흥민은 지금 믿을 수 없이 좋은 폼을 가지고 있다. 십중팔구는 뒤쪽 골망을 때린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골을 넣으려 했던 걸 비난하는 게 아니다. 내가 볼을 잡고 득점을 해서 행복하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