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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전술보드]제주의 문제는 측면이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3-15 05:20



지난 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제주의 주력 포메이션은 3-4-1-2다.

2002~2002시즌 AS로마가 이탈리아 세리에A를 제패했을 당시 전술이었으니, 최근 유행하는 전형은 아니다. 3-4-1-2의 핵심은 '1'이다.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량을 최대한 살려주는 것이 포인트다. 앞서 언급한 AS로마에는 창조력과 득점력을 겸비한 당대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프란체스코 토티가 있었다. '4'에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들은 공격형 미드필더들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보디가드 유형이 기용되고, 좌우에는 윙백이 포진한다.

지난 시즌 제주의 3-4-1-2는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일반적인 활용법과는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마법사 유형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앙 미드필더가 본 포지션인 이창민을 위로 올리고, 이창민과 수시로 포지션 체인지를 할 수 있는 권순형 윤빛가람이 중원의 파트너로 자리했다. 자칫 투톱 외에 전문 공격 자원이 없다는 약점이 생길수도 있었지만, 이를 메워준 것이 오른쪽에 자리한 안현범의 존재였다.

안현범은 사실 윙포워드였다. 제주 이적 후 윙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하지만 위치만 윙백이지, 실질적인 움직임은 윙포워드에 가깝다. 그의 공격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안현범은 단순히 측면 뿐만 아니라 페널티박스까지 과감하게 침투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다. 공격 포인트는 많지 않았지만, 공간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유용한 자원이었다. 상대가 이창민 권순형 윤빛가람을 의식해 중앙쪽에 수비를 집중시키면, 안현범 쪽으로 활로를 찾았다. 이창민이 더 자유롭게 전방쪽으로 전진할 수 있었던 숨은 이유 중 하나였다.

안현범의 가치는 또 있다. 제주는 스리백을 기본으로 했지만, 안현범의 위치에 따라 포백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 반대쪽의 전문 윙백 정 운이 내려서고, 스리백의 오른쪽에 포진한 김원일이 측면으로 옮기면서 형태가 완성됐다. 김원일이 안현범의 공격 가담시 뒷공간을 메워줬고, 때에 따라서는 정교한 킥으로 공격을 백업하기도 했다. 김원일은 지난 시즌 개인 최다 공격포인트(3골-1도움)을 기록했다. 포메이션상으로는 수비숫자가 많았지만, 실제 제주가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전술의 힘이 컸다.

올 시즌은 다르다. 안현범이 입대하며 변화가 생겼다. 제주는 겨우내 안현범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데려오지 않았다. 대신 기존의 김수범 박진포 정다훤 배재우 등 기존의 윙백들을 활용하기로 했다. 제주는 올 시즌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주전 오른쪽 윙백인 박진포는 안현범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이다. 박진포는 선수생활 내내 포백의 풀백으로 뛰었다. 지난 시즌 적응하기는 했지만, '4'에서의 역할은 미드필더다. 침투는 물론 마무리까지 해줘야 한다. 하지만 수비에 익숙한 박진포는 모험 보다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한다.

측면 루트가 사라진 제주는 결국 중앙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을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창민의 중거리슛 비율이 부쩍 늘어난 이유다. 패스 공간이 많지 않다보니 직접 마무리까지 해야 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찌아구까지 부상으로 쓰러지며, 공격루트가 확 줄었다. 제주의 공격이 단순해진 이유다.

결국 제주의 매력적이던 전형은 좌우 윙백들이 내려선 단순한 파이브백이 돼버렸다. 숫자가 늘어나면 수비가 더 탄탄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정리가 안된 모양새다. 특히 중앙에서 수비를 리딩해야할 조용형의 노쇠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공중볼은 물론 상대의 스피드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오반석의 부상 복귀가 절실해 보인다. 제주가 잘했던 전형이 무너지자 실점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결국 예견된 측면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 안일한 판단이 낳은 연쇄효과다. 차라리 포백으로의 전환도 고민해볼만 하다. 지금 제주의 측면 자원은 포백에 더 어울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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