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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성장해서 돌아오길 바랄 뿐입니다."
부산 아이파크의 최만희 대표이사는 일본으로 떠나 보낸 이정협(29)을 생각하면 아직도 만감이 교차한다고 한다.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것 같다"는 애틋함, "냉혹한 현실을 겪고 오라"며 강하게 키우고 싶은 부모 심정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정협이 J리그 쇼난 벨마레로 1년간 임대 이적한다는 오피셜 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달 22일. 이정협은 작년 11월 '신태용호'의 부름을 받을 때 달았던 에이스의 상징 '9번'을 쇼난에서 다시 받았다.
2017년 시즌이 끝난 뒤 해외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이후 2개월 만의 결과물이다. 이정협의 이적 추진은 한동안 지지부진했다. K리그에서 이정협을 원하는 팀이 없었고 일본 J리그도 한국 선수의 완전 이적료에 인색해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임상협을 수원 삼성으로 떠나 보낸 부산은 이정협의 잔류를 원했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선수의 의지가 강했다.
결국 부산 구단은 완전 이적 외의 방법도 찾기로 결심했다. 최만희 대표가 중국 쿤밍 전지훈련 격려 방문차 출장(1월 21∼27일)을 떠나기 직전이었다. 임대 가능성을 열어놓자 길이 보였다. 최 대표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털어놓은 뒷이야기에 따르면 운과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았다. 쇼난 측으로부터 러브콜이 왔다. 때마침 2017시즌 J2리그 우승으로 1부로 승격한 쇼난은 재일교포 조귀재 감독(49)이 이끄는 팀이다. 여기에 한국에서 활약했던 김희호(37)가 작년 말 코치로 합류했다. 김 코치는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로 나서 유럽축구연맹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했고 J리그 사간 도스-서울 이랜드-부산 아이파크-성남FC를 거쳐 조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대한축구협회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는 김 코치는 최 대표와는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김 코치가 작년 말 쇼난으로 떠날 때 최 대표에게 안부인사를 할 정도였다. 사간 도스 시절 윤정환 감독 밑에서 일했던 김 코치는 일본과 한국 축구에 두루 정통한 중개자로서 최적이었다.
최 대표는 쿤밍 출장을 떠나기 전 김 코치에게 이정협을 잘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김 코치가 쇼난 구단을 설득한 끝에 이정협 정도의 선수라면 영입해도 좋겠다는 허락을 받았다. 다만 쇼난은 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 이에 부산은 임대료를 높게 부르지 않았다. 사실 구단 입장에서 '밑지는 장사'였지만 이정협의 작은 소망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
최 대표는 "돈에 구애받지 말고 앞으로 한국축구를 위해 더 성장해야 하는 선수를 밀어주는 게 우선이었다"면서 "정협이도 당초 생각했던 만큼 이적이 추진되지 않아서 속상했을 텐데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일단 길을 터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대표는 J리그에서의 성공 여부,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협이가 잘 하면 더 바랄 게 없다. 쇼난부터 완전 이적을 원할텐데 그렇게 해 줄 생각이다. 그렇다고 실패한다 해서 나쁠 것도 없다. 냉혹한 현실에서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직시한 뒤 부산으로 돌아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훗날 부산의 선수로 기록돼야 하는 만큼 아직 젊을 때 아픈 만큼 성숙해져도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쿤밍 출장 중에 일본으로 출국해서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최 대표는 "시즌 중에 시간이 되면 일본으로 넘어가서 이정협의 경기를 보고 격려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