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길 감독이 23세 이하(U-23)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축구계 관계자는 6일 스포츠조선을 통해 김 감독이 지휘봉을 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정정용 감독대행을 대신해 U-23 대표팀을 맡았던 김 감독은 당초 임기였던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채우지 못한 채 취임 4개월여 만에 자리를 떠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가 칼을 빼들었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기술소위원회가 6일 소집됐다. 이날 회의에서 기술소위는 U-23 대표팀의 선수 선발 과정과 대회 기간 중 경기 분석, 김 감독의 전술 운영 등을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김 감독의 유임과 경질 여부가 대두됐다. 격론이 오갔으나 결국 새 감독을 데려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사실 김 감독에게는 어려운 도전이었다. 팀의 중심으로 여겼던 이광혁(포항)과 황인범(아산)이 부상과 군입대로 제외됐다. 최종 엔트리서 빠진 한찬희(전남)는 1차 테스트 당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왼쪽 윙백으로 생각했던 서영재(함부르크)도 대회 직전 부상으로 빠졌다. 이들 뿐만 아니라 시즌을 마친 K리거들의 컨디션은 생갭다 더 좋지 않았다. 결국 대학생 선수들을 대거 뽑을 수 밖에 없었다. 구상이 틀어진 김 감독은 원하던 축구를 펼칠 수 없었다. 적극적이고 투쟁적이었던 인천 시절과 달리 소극적인 축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중국으로 넘어간 뒤에는 정작 다른 부분과 싸워야 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계속된 비판의 목소리로 선수들의 기가 죽었다. 김 감독이 선수들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귀뜸했다. 가뜩이나 '골짜기 세대'라는 비판 속에 움츠려 들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겨우겨우 4강까지 올랐지만, 끝내 반전에는 실패했다. 준비한 것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김 감독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자리를 지킨다면 반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했다. 황희찬(잘츠부르크) 김민재(전북) 백승호(지로나) 이승우(베로나) 이진현(오스트리아빈) 등에 손흥민(토트넘)이 와일드카드로 가세할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전력상 이번 U-23 챔피언십과 비교가 되질 않는다. 한 차례 국제대회를 치른 김 감독 역시 달라질 모습을 자신했다. 하지만 김봉길호는 첫 파도를 넘지 못한 채 좌초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