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울산 현대 '폭풍영입' 배경과 원동력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12-28 19:59


3일 오후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2017 K리그 FA컵 결승 2차전 울산 현대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열렸다. 울산이 부산과 0대0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1차전 승리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트로피와 함께 환호하고 있는 울산 선수들.
울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2.03



"ACL 실패가 약이 됐다."

요즘 겨울 이적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 있다. 울산 현대다.

울산은 2017년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정상을 위협할 정도로 치고 올라갔다가 정규리그 4위를 했고 창단 최초로 FA컵을 평정하며 201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본선 티켓을 따냈다.

김도훈 감독을 영입해 새롭게 출발한 원년치고는 칭찬받을 만한 성과다. 자연스럽게 2018년 목표치가 상향됐다. 이에 걸맞는 전력 보강을 위해 K리그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폭풍영입'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다.

전력 보강을 위한 울산의 발걸음은 빨랐다. 우선 A급으로 검증된 오르샤와 리차드와 재계약 했고, 수보티치, 타쿠마와의 재계약은 포기했다. 울산은 해외파 특급 수비수 박주호를 선점하면서 폭풍 영입의 시작을 알렸다. 황일수(중국 옌볜 푸더) 이근호 정조국(이상 강원) 영입설의 중심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울산의 광폭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아쿼터로 일본 J리거를, 브라질 또는 유럽 출신 외국인 선수를 리스트에 올려놓고 추가 영입을 조율하는 중이다.

울산 구단 김광국 단장은 "올시즌을 자체 평가한 결과 수비력은 합격점이었다. 아쉬운 점은 공격력인데 내년에는 공격적인 축구를 가미해 호랑이 축구단의 본성을 팬들께 보여드리기로 했다"면서 "공격축구 강화에 초점을 맞춰 김도훈 감독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선수 영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에 대한 전폭적인 신임과 함께 감독 입맛에 맞춰주겠다며 구단도 발벗고 나선 것이다.

울산이 이처럼 전력 보강에 자극받게 된 배경이 있다. 올시즌 초반 겪은 '옥에 티', ACL에서의 실패 때문이다. 작년 해외 동계훈련 도중 ACL 플레이오프 출전권이 갑작스럽게 주어지는 바람에 꼬이기 시작했고 시즌 초반 크게 고생했다.


미완성 상태로 클래식 시즌과 ACL에 뛰어든 울산은 최악의 참패 사건과 함께 ACL 조별리그 조기 탈락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김 단장은 "내년에는 ACL 본선에 직행하는 만큼 올해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가 아픔을 겪었지만 약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ACL에 도전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K리그 흥행판을 키워보자는 큰 그림도 있다. 최근 몇 년간 독주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전북 현대와 양강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프로스포츠라는 게 1강 체제가 지속되면 팬들이 식상할 우려가 있다. 전북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팀이 등장해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K리그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의 구상대로 내년부터 범 현대가(家)의 경쟁이 새로운 흥행상품으로 떠오른다면 보는 재미도 커질 전망이다.

'폭풍영입'에는 '실탄(돈)'이 뒤따르는 법. 일부 구단에서는 울산의 행보에 부러움과 시샘을 섞어 "돈이 적잖이 들텐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쓸데없는 돈을 쓰지 않는다. 그동안 팀 리빌딩을 하면서 인건비 지출을 줄여놓은 상태라 여유가 있고 모 기업에서도 지원에 긍정적이다. 구단에서 합리적인 지출-고효율 노선을 잘 지키면 된다"며 우려의 시선에 선을 그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연맹이 최근 발표한 2017년 구단별 선수 인건비 지출 현황을 보면 울산은 총 72억원 가량으로 전북, 서울, 제주, 수원에 이어 5위로 중위권에 해당한다. 개인 연봉이 과하지 않은 젊은 선수 중심으로 선수단을 정비해 놓은 덕에 과도한 운영비 지출을 막았다. 그만큼 써야 할 때 쓸 수 있는 여력을 미리 확보해 놓은 셈이다.

울산의 '폭풍영입'은 전통의 명가 자존심 회복을 위한 '객기'가 아니었다. 그럴 만한 배경과 '믿는 구석'이 있기에 지속 가능한 행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