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분석]갈망-투지가 만든 승리, 완벽한 90분이었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12-16 21:03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축구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염기훈이 네 번째 골을 넣은 후 일본 응원단 앞을 지나가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도쿄(일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2.16/

필승해법과 집중력이 그대로 적중한 승부였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은 일본전에서 또다시 변화를 시도했다. 소집 이후 실전에 내놓지 않았던 이근호(강원FC)를 김신욱(전북 현대)의 투톱 파트너로 선택했다. 2선에는 김민우(수원 삼성) 주세종(FC서울) 정우영(충칭 리판) 이재성(전북 현대), 수비에는 김진수(전북 현대) 윤영선(상주) 장현수(FC도쿄) 최철순(전북 현대), 골문은 조현우(대구FC)에게 맡기는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11월 A매치 2연전 무패 공식을 일본전 필승카드로 가동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 대표팀 감독은 북한전 뒤 부상으로 빠져 있던 윙어 이토 준야(가시와)를 이날 고바야시 유(가와사키)의 짝으로 선택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신태용호의 측면 수비 뒷공간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도였다.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축구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김신욱이 백헤딩을 하고 있다.
도쿄(일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2.16/
11월 A매치 2연전 무패의 원동력이었던 전방 압박은 일본전에서도 위력을 떨쳤다. 선제골 실점 뒤 빠르게 압박에 나서면서 흐름을 쥐는데 성공했고, 이것은 전반전 3골이라는 최상의 결과로 돌아왔다. 전방압박이 가동되기 시작하자 일본 수비 라인이 뒤로 밀리면서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상대 수비가 소극적 태세로 전환하면서 패스 줄기도 살아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골칫거리였던 세트피스도 이날 만큼은 위력을 발휘했다. 정우영이 전반 23분 일본 진영 아크 오른쪽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무회전킥'으로 골망을 갈랐다. 전방 크로스에 의존하던 소극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과감한 시도로 골망을 연 점은 칭찬할 만했다. 염기훈(수원 삼성) 역시 후반 24분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에서 그대로 왼발 프리킥으로 득점을 만들어내면서 박수를 받았다.

중국전 동점골의 빌미를 제공했던 경기 운영도 이날 만큼은 달랐다. 추가골 뒤 유지한 점유율을 그대로 살려 3번째 골까지 만들어냈다. 일본이 수비 뒷공간을 활용하는 단조로운 패턴으로 일관하는 사이 잃지 않은 집중력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축구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정우영이 역전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도쿄(일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2.16/
신태용호의 교체 타이밍과 전술 변화 역시 합격점을 줄 만했다. 후반 22분 체력이 떨어진 이근호 대신 염기훈(수원 삼성)을 투입하며 측면 크로스 능력 강화를 꾀했고, 염기훈의 득점으로 효과를 봤다. 일본이 후반 25분 이토 준야 대신 정통파 공격수 가와마타 겐고를 투입하자 정승현(사간도스)을 내세워 3-4-3으로 전환한 것도 효과를 봤다.

선제골을 내준 장면은 옥에 티였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어지는 수비 뒷공간을 노릴 것이라는 점은 선발 라인업에서 그대로 드러났으나 연계 미스로 페널티킥골을 내줬다. 중국전과 마찬가지로 선제실점 뒤 역전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에 반드시 보완해야 할 문제점인 것은 분명하다.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축구 북한과 중국의 경기가 16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1대1 무승부로 경기가 끝난 가운데 북한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도쿄(일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2.16/

일본 입장에선 최악의 경기였다. 장점이었던 패스 연계나 할릴호지치 감독이 강조해온 '듀얼(Duel·부딪쳐 싸움)'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짧은 패스를 고집하다 역습을 내주는 상황이 빈번했고 김신욱 마크에도 완전히 실패했다. 전후반 종료 뒤 나온 3만6645명의 일본 팬이 보낸 야유에는 이유가 있었다.

7년 만에 달성한 극일의 기쁨과 대회 2연패, 도취될 필요는 없다. 다만 러시아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길에 큰 자신감을 얻은 것은 분명한 성과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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