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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궁(러시아 모스크바)=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조추첨은 끝났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함께 F조에 속했다. 비장함과 설렘. 놀람과 탄식이 교차했다. 그 12시간의 현장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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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비장함
그나마 독일이나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우승후보국 출신 기자들은 여유가 넘쳤다. 또한 유럽을 제외한 같은 대륙, 혹은 같은 포트에 있는 나라 기자들끼리는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크렘린궁을 나섰다. 신태용 감독은 만나기 위해서였다. 모스크바의 교통체증은 악명높았다. 차로 10분 정도 거리였다. 30분이나 걸렸다. 베이스캠프를 모스크바에 둔다면 직면하게 될 문제였다.
정오에서 30분을 넘긴 시간. 신태용 감독을 만났다. 웃음 띈 얼굴이었다. 잠도 푹 잤다고 했다. 어느 팀과 만나고 싶냐고 물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러시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1번 포트에서 러시아가 최약체였다. 2~4포트 24개팀 감독의 공통 바람이기도 했다. 차라리 최대 강팀이 오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3승을 가져가는 팀이 있고 나머지 3개팀이 조2위를 놓고 다투는 것이 나을 거라는 분석도 있었다. 신 감독은 "얽히고 ?鰕榻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그런게 좋다"고 웃었다. 농담반 진담반이었다. 신 감독은 "어느 조로 가든지간에 우리에게는 다 어려운 조다. 상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비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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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크렘린궁으로 갔다. 눈발이 거세게 날리고 있었다. 크렘린궁 앞 성바실리 성당에는 관광객들과 취재진들로 가득했다. 이번 조추첨을 향한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레드카펫 행사가 펼쳐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초청한 인사들이 크렘린궁 컨벤션센터로 들어왔다. 리셉션장에서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눴다. 눈에 띄는 얼굴들이 있었다.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이었다. FIFA의 공식초청 대상이었다. 세계 축구 레전드의 자격으로 러시아 모스크바로 날아왔다. 차 감독과 박 본부장은 세계 축구계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차 감독은 이미 11월 분데스리가 레전드로 선정됐다. 또 축구인으로는 최초로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축구연맹(AFC)사회공헌분과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오후 5시 조추첨장으로 들어갔다. 취재석에 자리를 잡았다. 각국 기자들이 섞여 앉았다. 오른쪽에는 일본, 왼쪽에는 멕시코 기자가 앉았다. 일본 기자 오른편에는 이란 기자가 자리했다. 서로서로 인사를 나눴다. 말미에는 "굿럭(Good Luck)"을 붙였다. 말만 그랬다. 그들이 행운을 얻으면 우리는 불행해진다. '굿럭'은 자신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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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에 행사가 시작했다. 초반 30분은 공연이었다. 그리고 6시 30분경 진짜가 시작됐다. 조추첨이었다.
1번포트 국가들부터 빠르게 조를 찾아갔다. 2번포트부터 흥미진진해졌다. B조 순서였다. 스페인이 나왔다. 곳곳에서 함성이 터졌다. 이미 1번포트에서 포르투갈이 버티고 있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맞붙게 됐다. 흥미있는 대진이었다.
D조 차례가 다가왔다. 취재석 곳곳에서 '잉글랜드'를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아르헨티나가 D조에 있었다.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는 앙숙이다. 재미있는 대진을 바랐다. 다만 크로아티아가 나왔다. 곳곳에서 아쉬움 섞인 한숨이 나왔다.
3번 포트가 진행됐다. 이란이 나왔다. B조였다. 이란 기자가 고개를 숙였다. 포르투갈, 스페인에 끼었다. 깊은 한숨을 쉬었다.
4번 포트 조추첨이 시작됐다. 파비오 칸나바로가 팀을 꼽았다. 첫번째 볼을 열었다. A조에 들어갈 팀이었다. 러시아와 이집트, 우루과이아 속했다. 해볼만한 조였다. 결과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들은 아쉬운 탄식을 쏟아냈다. 계속 진행됐다. 4번 포트에 볼이 두개 남았다. 남은 조는 F조와 H조였다. 아직 호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이었다. F조는 '가시밭길' H조는 '꽃길'이었다.
칸나바로가 볼을 열었다. 그리고는 "코리아 리퍼블릭"을 외쳤다. 한국 취재진들은 고개를 떨궜다. 일본 취재진들은 환하게 웃었다. 한일전에서 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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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으로 내려갔다. A조부터 H조까지 각 조별로 믹스트존이 마련됐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 기자들이 한국 취재진에게 몰려왔다.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한국 취재진들 역시 이들에게 되물었다. 서로간의 정보전쟁이 시작됐다.
박지성 본부장이 등장했다. 박 본부장은 "세 팀을 상대로 잘 준비할 필요가 있다. 결국엔 부상없이 얼마나 팀으로서 잘 준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남은 기간 집중해서 최대한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모습들을 월드컵에서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태용 감독이 등장했다. 한국 취재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최악의 조도, 최상의 조도 아니다. 우리보다 모두 강팀이기에 행운을 바라지 않았다. 어느 팀이든 우리가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신 감독은 한국 취재진들과만 이야기한 뒤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시간이 지났다. 요하임 뢰브 독일 감독이 나왔다. 모든 취재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좋은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열심히 플레이를 한다. 빠르게 달린다"고 했다. 사실 추상적이었다.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사실 한국 축구 자체에 대해서는 자세하게는 모른다. 계속 유럽과 경기를 펼쳤다. 이제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최근 4~5년동안 계속 좋아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뢰브 감독은 한국 선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많은 선수들을 알고 있다. 다만 이름을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옆에 있던 관계자가 한 마디 거들었다. "흥민손(손흥민)을 잘안다"고 했다. 뢰브 감독도 "맞다. 흥민손을 알고 있다"고 웃음지었다. 그러면서 전설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는 "내가 1981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뛰었을 때 한국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바로 '붐근차(차범근)'였다. 당시 최고의 선수"라면서 엄지를 척하니 세우고 믹스트존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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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1차 마감하고 신 감독을 만나러 다시 호텔로 향했다. 펑펑 오던 눈은 비로 바뀌어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교통체증도 없었다.
신 감독이 있는 호텔은 전세계 언론들의 전쟁터였다. 32개국 감독들이 모두 머물고 있다. 취재진들은 감독과의 2차 인터뷰를 위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신 감독을 기다렸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포르투갈 출신인 그는 포르투갈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이란은 포르투갈과 마주하게 된다.
감독들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에이전트들도 많았다. 조추첨이 끝났다. 이제 남아있는 3월 그리고 5월 A매치 기간이 중요하다. 서로 최적의 '가상 상대'를 찾아나섰다. 다들 주판알을 튕기는 시간이 된 것이었다.
신 감독이 왔다. 다시 이야기를 나눴다. 한 숨 돌리고 난 뒤 이야기였다. '첫 상대인 스웨덴' 그리고 '준비'를 이야기했다.
"스웨덴에 모든 것을 걸고 난 뒤 결과가 좋으면 다음 경기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2016년 리우올림픽이나 올해 열렸던 20세 이하월드컵에서도 첫 경기를 잘 마무리하고 난까. 두번째, 세번째 경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첫번째 경기를 잘하고 나면 16강에도 오르지 않을까 싶다.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
신 감독과의 대화를 끝내고 호텔을 나섰다. 눈은 완전히 그쳤다. 이제 스웨덴과의 첫 경기까지는 딱 199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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