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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강원FC에게서 본 '투자의 법칙'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7-11-19 22:34



2017년 K리그 클래식이 막을 내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을 목표로 내건 강원FC의 시즌도 마침표를 찍었다. 'ACL 진출'을 목표로 내걸고 폭풍영입으로 올 초 바람몰이를 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4년 만에 클래식 무대를 밟고 이룬 상위 스플릿행과 6위의 성적은 인상적이지만 '투자대비 효과'에서는 높은 점수를 매기기 어려운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투자 뒤 운용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강원 뿐만 아니라 다른 시도민구단들도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것들이었다.


분산투자는 필수

강원이 올 시즌을 준비하며 가장 공들인 것은 '알짜배기 영입'이었다.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에서 싸웠던 20여명의 선수들이 구단을 떠났고, 빈 자리는 새 얼굴들이 채웠다. 이근호 이범영 황진성 정조국 김경중 김승용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준척'이었다. 지난해까지 뛰었던 주전 중 선발 라인업에 그나마 이름을 올린 선수는 정승용 오승범 김오규 정도였다. 완전히 새로운 팀이 된 강원의 최대 과제는 조직력이었다. 최윤겸 전 강원 감독은 '베테랑의 경험'이 해법이 될 것으로 내다봤고, 이는 어느 정도 적중했다.

문제는 백업이었다. 주전들의 뒤를 받쳐줄 만한 선수가 없다보니 시즌 중반부터 체력부담이 두드러졌다. 이근호는 A대표팀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 체력이 바닥을 쳤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을 깨닫고 정신력으로 버틴 케이스다. 정조국 역시 재활 기간을 줄이다 오히려 부상 기간이 커졌다. 나머지 포지션 역시 부상 또는 징계 등 변수라는 구멍이 생길 때마다 블랙홀이 됐고, 이는 강원이 '1골 승부'를 잡지 못한 채 무너지는 원인이 됐다.


리스크 대비는 철저해야 한다

최 전 감독이 물러난 지난 8월 이후의 팀 운영도 짚어볼 만하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A대표팀이 조기소집을 앞둔 8월 중순 최 전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당시만 해도 ACL 출전권을 목표로 두고 싸우던 강원 입장에선 '감독교체'라는 충격요법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라는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대응이 부실했다. 쏟아지는 관심 속에 '휴식기 내에 차기 감독을 결정 지을 것'이라고 못박으면서 혼란만 부추겼다. 감독 선임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도 여러 후보군 접촉설을 차단하지 못한 채 표류했다. 최 전 감독 대신 팀을 이끈 박효진 감독대행은 불투명한 미래 속에 묵묵히 팀을 이끌 수밖에 없었다. 시즌 막판이 되서야 박 감독대행에게 올 시즌을 맡기겠다고 선언했으나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송경섭 스카우트를 감독으로 승격시키면서 또다시 계획이 바뀌었다.

되돌아보면 최 전 감독이 물러나던 시점부터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내외부 혼란만 가중됐고 신뢰도에도 문제가 생겼다. 반전을 위한 명확한 계획이 준비됐다면 강원이 원하던 '반전'은 좀 더 일찍 이뤄졌을 수도 있다. 상위 스플릿행을 앞두고 불거진 홈구장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강원은 당초 춘천으로 홈구장을 옮기며 '출퇴근제'를 시사했으나 다음 시즌에도 기존대로 강릉 클럽하우스에서 훈련한 뒤 춘천에서 홈경기를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 안목과 신뢰

강원은 다음 시즌 송 감독 체제로 새출발 한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올 시즌 영입한 베테랑들이 내년에도 제 몫을 해줄 지가 관건이다. 최 전 감독 체제에서 영입된 선수들이 송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과 맞을지도 불투명하다. 송 감독은 "(울산전을 앞두고) 내년에 우리가 가야할 스타일을 주입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선수들을 지도했다. 선수 보강 문제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송 감독 체제로 전환한 만큼 올 시즌과는 여러모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송 감독이 변화를 줄 만큼 여유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켜야 한다. 상위 스플릿행을 이뤄낸 만큼 ACL 출전이라는 못 이룬 꿈에 다시 도전해야 한다. 올 시즌 중반 물러난 최 전 감독의 사례에 비춰보면 송 감독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거취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송 감독은 스스로를 '비주류'라고 칭한다. 일찌감치 은퇴한 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연령별 대표팀 코치직을 거쳐 순회지도자 등으로 경험을 쌓았다. 강원에 취임한 뒤에도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도시민 구단의 중요한 역할이다.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과감하게 기용하겠다"고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신예 발굴은 무엇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제대로 토대를 만들면 구단의 10년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송 감독 체제를 선택한 강원의 신뢰가 더해져야 이뤄질 수 있는 목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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