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행은 원래부터 쉬운 길은 없었다. 하지만 더욱 험난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요약하면 그렇다.
아시아에서 월드컵행은 일부 국가들의 전유물이었다. 한국의 8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시작이었던 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아시아 월드컵 진출국을 살펴보면, 1986년 이라크, 1990년 아랍에미리트, 2002년 중국, 2010년 북한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 일본,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호주가 아시아축구연맹에 편입된 2006년부터는 호주가 사우디 대신에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번 예선은 달랐다. 완벽한 레이스를 달리며 일찌감치 A조 1위를 거머쥔 이란을 제외하면 모두 힘겨운 예선전을 치렀다. 한국은 역사상 최악의 최종예선을 치렀다. 1986년 이래로 처음으로 3패를 당했다. 결국 울리 슈틸리케감독이 경질됐다. 1986년 이래 한국이 최종예선에서 감독을 바꾼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본선행을 어렵게 확정지은 일본 역시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불안한 경기력으로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매경기 경질설에 시달려야 했다. 사우디와 호주 역시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불안불안하게 상위권을 이어갔다.
이같은 달라진 분위기에는 역시 아시아 축구의 상향 평준화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예선에서 전체적으로 중위권이 두터워졌다. 시리아와 우즈베키스탄, 아랍에미리트 등이 마지막까지 '빅5'를 괴롭혔다. 특히 홈경기를 치르지 못해 중립경기를 치러야 했던 시리아의 선전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최종예선에 나선 팀들의 수준이 높아지다보니 가장 안정적이었던 이란 역시 상대를 압도한 경기는 거의 하지 못했다.
이번 예선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중국과 태국이 당초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선전이 대표팀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큼은 확인시켰다. 중국과 태국은 앞으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결국 48개국으로 참가국수가 확대되면서 아시아에 8.5장이 배정될 2026년 월드컵 전까지 무한경쟁은 불가피하다. 4.5장 체제 하에 마지막으로 치러질 2022년 카타르월드컵 예선은 역대 가장 치열한 경쟁 무대가 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