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타슈켄트]한국 A대표팀 향후 4년, 손흥민에 달렸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9-05 10:14


손흥민과 기성용 스포츠조선

축구판은 월드컵을 주기로 돌아간다. 크게 4년이 한 바퀴다. 선수의 흥망성쇠는 물론이고, 유행하는 전술과 전략도 4년을 기점으로 한다.

한국 축구는 앞으로 4년 후 어떤 모습일까. 여기서 한국 축구는 남자 A대표팀을 말한다. 시점상 4년 후 지금 2021년 9월쯤 일 것이다. FIFA가 2022년 카타르월드컵 본선 일정을 11월~12월 사이에 하기로 정했다. 따라서 4년 후 지금은 아시아 최종예선이 중후반부에 접어든 시점일 것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큰 흐름은 있다. 카타르월드컵까진 본선 참가국은 32개팀이다. 아시아에 주어지는 본선 진출권도 4.5장으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48개국 체재는 2026년 월드컵부터다. 따라서 4년 후에도 한국은 치열하게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오히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보다 더 험날 수도 있다.

이번 신태용 감독이 뽑은 26명의 태극전사 중 4년 후엔 사라질 선수들도 있다. 최고참 이동국(38)은 그때 나이 42세다. 선수 은퇴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도 이동국이 태극마크를 달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건 한국 축구의 '재앙'이다. 염기훈(34)은 몸관리를 잘 한다면 태극마크를 마지막으로 달 수도 있다. 이근호(32)라면 4년 후에도 건재할 것이다. 태극호의 최고참으로 지금의 이동국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이근호가 기자에게 한 말이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여졌다. "제 또래 선수들이 대표팀에 너무 없어요. 지금까지 버텨주어야 하는데…." 이근호는 1985년생으로 올해 만 32세다. 축구의 참맛을 알고 볼을 한창 차야 할 나이다. 또 팀에서 중심 역할을 할 때다. 그런데 이근호의 '친구들'은 지금 대표팀 명단에서 사라졌다. 3년전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볐던 1985년생들 박주영 하대성 김창수 정성룡은 없다. 특히 박주영의 부재가 A대표팀에 이래저래 큰 영향을 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주영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과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다. 그런 박주영은 이후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박주영이 쇠락하면서 A대표팀의 무게 중심이 1989년생 기성용(28) 구자철(28)에게 넘어갔다. 신태용호 1기 주장은 김영권(27)이다.

앞으로 A대표팀의 주장 또는 팀을 이끄는 핵심 선수들은 더 젊어질 것이다. 지금도 20대 초중반의 영건들은 몸값이 가장 높은 손흥민(25)을 중심으로 뭉친다. 선수들의 심리는 비슷하다. EPL 빅클럽에서 고연봉을 받는 선수에게 힘이 실리게 돼 있다. 손흥민이 A대표팀에서 '골침묵'이 길어지고 있지만 소속 클럽팀에서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한국 축구에서 간판 스타로 제법 긴 시간 자리잡을 것이다. 부상만 없다면 그의 나이를 감안할 때 2022년을 넘어 2026년 월드컵까지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손흥민이 박지성 같은 성공 스토리를 쓸 지에 대해선 장담하기 어렵다. 박지성은 맨유(EPL 명문) 뿐아니라 A대표팀에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성적을 올렸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원정 16강을 견인했다. 그는 한국 축구팬들이 간절하게 원할 때 결정적인 장면을 만든 구세주였다. 손흥민이 박지성을 넘어서기 위해선 A매치의 경기 지배력과 파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앞으로 손흥민의 역할과 경기력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시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도 '뉴 페이스'는 등장하게 돼 있다. 축구역사가 그랬다. 이미 가능성을 보여준 유망주들이 있다. 백승호(지로나)와 이승우(베로나)가 가장 앞서 있다. 4년 후 아니 조만간 이들은 A대표팀에 승선, 선배들과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칠 것이다.

A대표팀의 향후 사령탑에 대해선 예측 그 자체가 무리이자 '난센스'다. 기자는 2000년 허정무 감독부터 수많은 A대표팀 사령탑이 새로 부임하고 물러나는 과정을 근거리에서 지켜봤다. 갑작스런 감독 교체가 좋은 팀 성적으로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었다. 감독의 이름값 또는 지략이 경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지도 분명하게 와닿지 않았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상대를 제압하거나 당하는 건 선수다. 나가 싸울 준비는 감독이 하지만 지고 이기는 건 선수하기에 달렸다고 본다.


앞으로 4년, 한국 축구의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단 지금부터 먼 미래를 위해 치밀한 플랜을 짜고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현명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처럼 축구팬들을 화나게 만드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


타슈켄트(우즈벡)=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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