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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엔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병역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한 번쯤 들어온 말일 것이다.
신분은 군인이지만 '몸이 곧 재산'인 선수들에겐 두 말하면 잔소리다. 상주 상무가 가을 무렵마다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9월 중순 전역을 앞둔 병장들이 '개점휴업'에 들어가면서 생긴 징크스다. 올 시즌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시즌 중반 겹친 줄부상으로 말년병장들의 모습은 더욱 보기 어려워졌다.
그동안 상주는 전역이 임박한 병장들의 출전 수를 줄여가며 밸런스를 맞춰왔다. 소속팀 복귀를 앞두고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올 시즌 중반부터 10여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병장들에게 휴식을 줄 만한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병장들이 제대로 훈련도 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출전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근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면에는 전역을 앞둔 병장들이 투혼을 발휘해 6연패에 빠진 팀을 구해주길 바라는 간절함도 숨어 있었다. 김 감독은 "A매치 휴식기가 다가온다. 오늘만 버텨준다면 반전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감독의 기대는 빗나가는 듯 했다. 전반전까지만 해도 팽팽한 승부를 펼쳤던 상주는 후반 15분 대구의 외국인 공격수 주니오가 아크 정면에서 평범하게 때린 왼발 발리슛을 골키퍼 유상훈이 잡으려다 가랑이 사이로 볼이 빠지면서 허무하게 실점했다. 대구전에 앞서 6연패를 당하는 동안 반복된 '실수=실점'의 패배공식이었다. 후반 36분에는 평범한 역습상황에서 에반드로에게 실점을 내줬다.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김 감독의 고개는 점점 바닥을 향했다.
정규시간이 끝난 뒤 기적이 펼쳐졌다. 후반 45분 주민규의 추격골이 터진 지 1분 만에 VAR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가 기회를 성공시키면서 극적인 2대2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수사불패(雖死不敗)의 상무 정신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대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