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의 사나이' 김정혁 목포시청 감독의 '10년 주기론', 이번에도 통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8-09 21:54


2017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 성남FC와 목포시청의 경기가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전반 목포시청 이인규가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성남=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8.09.

2017 KEB하나은행 FA컵 8강전 성남FC와 목포시청의 경기가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전반 목포시청 정성훈이 페널트킥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성남=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8.09.

"2017년이 10년 주기에 해당하는 해인데…. 무슨 일이 터질지 기대가 되네요."

김정혁 목포시청 감독은 FA컵과 인연이 깊다. 묘한 '10년 주기론'으로 영광의 한페이지를 썼다. 1997년이 시작이었다. 전남에서 선수로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맹활약을 펼친 김 감독은 최우수선수상까지 거머쥐었다. 10년 뒤인 2007년에는 전남에서 코치로 또 한번의 FA컵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7년, 김 감독은 목포시청과 함께 FA컵에서 또 한번의 기적을 썼다.

내셔널리그 소속의 목포시청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급 전력을 가진 K리그 챌린지(2부리그)의 성남을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목포시청은 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FA컵 8강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목포시청은 창단 첫 FA컵 4강이라는 역사를 썼다. 내셔널리그팀이 FA컵 4강에 오른 것은 2008년 지금은 해체한 고양국민은행 이후 9년만이다. 내셔널리그팀의 역대 최고 성적은 2005년 역시 역사속으로 사라진 울산현대미포조선이 거둔 준우승이다.

누가 봐도 한쪽으로 기울어 보이는 승부였다. 성남은 챌린지에서 14경기 무패행진(8승6무)을 이어나갔다. 박경훈 성남 감독은 기존의 베스트11 대신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은 선수들로 엔트리를 짰다. 박 감독은 "상대를 얕본 것은 아니다. 일정이 타이트하다. 이번 경기는 그간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들이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지만, 주말 경남과의 리그 경기를 대비한 포석이었다. 이번 경기를 무난히 이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반면 목포시청은 이날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주포' 김영욱과 '수비의 핵' 김경연이 부상이었다. 다른 선수들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엔트리 선정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김 감독은 "다행히 선수들이 아침에 상태가 괜찮다고 하더라. 코치진과 한참 상의를 하다가 성남이 베스트를 아낄 것으로 판단, 빠른 선수들로 투입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렇다할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스스로 더 잘 알고 있다. 믿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의 믿음은 통했다. 목포시청은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과감한 공격으로 성남의 혼을 쏙 빼놓았다. 정훈성을 축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역습이 대단히 위협적이었다. 김영욱은 강력한 포스트플레이로 성남 센터백을 괴롭혔다. 수비 숫자가 많았지만 절대 수비적이지 않았다. 고비마다 성남의 슈팅을 막아낸 박완선 골키퍼의 선방도 빛났다.

목포시청은 초반부터 성남을 밀어붙였다. 전반 2분만에 정훈성이 돌파하다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정훈성이 이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이변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계속해서 정훈성과 김영욱 콤비를 앞세워 성남 골문을 두드리던 목포시청은 전반 24분 추가골을 넣었다. 전인환이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이인규가 뛰어들며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기세가 오른 목포시청은 전반 42분 김영욱이 코너킥 상황에서 김동준이 막아낸 볼을 머리로 밀어넣으며 세번째 골을 넣었다. 경기장 한켠에서 '후회없이 개안하게 한판 뜨고가자!'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목포시청 서포터스의 뜨거운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성남은 후반 들어 '두 에이스' 김동찬과 박성호까지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몸을 날리는 목포시청 선수들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오히려 목포시청의 역습에 추가실점을 할 뻔했다. 설상가상, 후반 4분 이창훈이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하는 등 수적 열세까지 겹치며 홈에서 망신을 당했다. .


이변이 벌어진 곳은 탄천종합운동장뿐만이 아니었다. '챌린지'의 부산은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진 '클래식' 소속 전남과의 경기에서 3대1로 승리했다. 부산은 경기 시작 35초만에 양준아의 자책골로 앞서나갔다. 전반 9분 김영욱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전반 41분 레오가 골을 성공시키며 다시 리드를 잡았다. 부산은 후반 30분 최승인의 헤딩골로 쐐기를 박으며 2013년 이후 4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편, 울산은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상주와의 경기에서 수보티치, 김인성, 오르샤의 연속골을 묶어 3대1로 승리했다.
탄천=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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