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환점을 돈 일본 J1(1부리그)의 핫이슈는 승격팀 세레소 오사카(이하 세레소)의 선두 질주다.
세레소는 18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38로 전체 18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J2(2부리그) 22팀 중 4위로 승격 플레이오프를 거쳐 J1 무대를 밟은 세레소가 이런 호성적을 낼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 중심에 윤정환 감독이 있다.
깜짝스타 발굴과 검증된 K리거의 하모니
일본 현지에선 7골로 팀내 득점 2위를 기록 중인 야마무라 가즈야를 '세레소 반란'의 첫손에 꼽고 있다. 2012년 가시마 앤틀러스에 입단한 프로 5년차인 야마무라의 주 포지션은 센터백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프로에선 주전경쟁에서 밀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15년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바꿨으나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채 지난해 세레소에 입단했다. 윤 감독은 야마무라를 섀도 스트라이커, 센터백으로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경기 초반엔 1m86의 키와 제공권 장악력을 활용한 타깃플레이로 최전방의 스기모토 겐유를 돕고, 리드를 잡은 뒤에는 야마무라를 센터백으로 내려 수비를 두텁게 다지는 것이다.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야마무라의 활용폭을 최대한 끌어올려 전술의 유연성을 높였다.
지난해까지 인천에서 뛰었던 센터백 요니치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J2에서 46실점을 했던 세레소 수비진을 빠르게 안정시킨 일등공신이다. 적극적인 세트피스 가담으로 4골을 만들어내는 등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세레소가 치른 리그 18경기에 모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윤 감독이 사간도스 시절 발굴했던 미드필더 미즈누마 고타, 해외 진출 실패 뒤 친정팀으로 돌아온 공격수 가키타니 요이치로, 기요타케 히로시도 세레소의 선두질주에 힘을 보태고 있다.
톱니바퀴 전술의 적중
윤 감독이 세레소에서 활용 중인 포메이션은 4-4-2 또는 4-2-3-1이다. 탄탄한 포백을 기반으로 빠르게 역습을 가져가는 형태다. 2015~2016년 울산 현대를 이끌던 시절과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울산 시절과 다른 철저한 역할 배분이 있다. 중앙 미드필더 자리엔 거친 플레이를 즐기면서도 발재간이 좋은 야마구치 호타루와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소우자가 붙박이로 기용되고 있다. 가키타니가 측면 또는 2선을 책임지고 상대 성향에 따라 기요타케와 미즈누마를 로테이션으로 활용 중이다. 스기모토와 야마무라가 전방에서 철저히 역할 분담을 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공격라인은 울산 시절 두 시즌 간 김신욱 이정협이 최전방을 번갈아 책임졌지만 힘을 나눌 또다른 공격수가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앞선 사간도스 시절과 비교해도 도요다 요헤이에게 공격이 집중됐던 모습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세레소는 18경기를 치른 현재 최소 파울 7위(262회), 최소 경고 1위(11장)를 기록 중이다. 윤 감독이 K리그식의 거친 경기 운영으로 선두에 올랐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을 비웃는 의외의 기록이다. 뛰어난 조직력과 두 차례나 두 자릿수 무패 기록을 세운 자신감과 상승세. 세레소의 현재를 만든 요소들이다.
K리그의 2년, 윤정환은 더 단단해졌다
윤 감독은 일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방심하면 안된다. 매 경기 전력투구 해야 한다"며 투쟁심을 강조하고 있다. 울산 시절 '지지 않는 축구'를 강조했던 모습과 닮아 있다. 하지만 '만년 우승후보'로 통하는 강호 울산과 달리 단 한 차례도 정상에 서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3년 만에 1부리그로 돌아온 세레소에서 윤 감독의 동기부여가 좀 더 설득력을 얻는 모양새다.
사실 윤 감독이 K리그서 보낸 2년에 '성공'을 떠올리긴 어렵다. 우승을 원했던 울산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지지 않는 축구' 역시 팬들의 호평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사간도스 시절과 무게가 다른 강팀을 다루는 기술이나 압박에 대처하는 전술의 유연성 등 윤 감독이 얻은 경험도 적지 않다.
세레소의 우승을 논하긴 이른 시점이다. 이제 막 시즌 중반을 지났다. 8위 우라와 레즈(승점 29)와의 격차도 한 자릿수다. 흐름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하지만 K리그에서의 2년을 품고 일본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윤 감독의 지도력 만큼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