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프렌들리' 제주, 수익은 늘고 함성은 더 커졌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07-05 18:53



지난 겨울 가장 빛나는 팀은 제주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한 제주는 '폭풍 영입'으로 주목 받았다. 조용형 진성욱 이찬동 박진포 김원일, 멘디 등을 더했다. 투자가 위축된 K리그 현실에서 강원과 함께 대대적 투자에 나선 제주의 행보에 찬사가 이어졌다. 모든 이들이 제주의 '투자'에 집중했지만, 제주는 어쩌면 '폭풍 영입'보다 더 중요한 도전에 나섰다. 무료 티켓을 없애는 '리얼 오렌지 프로젝트'였다.

제주는 전투라는 컨셉트를 앞세운 '탐라대첩', 당시 유행어였던 의리를 앞세운 '의리마케팅' 등 다양한 마케팅으로 관중들을 끌어모았다. 불모지였던 제주에도 조금씩 축구 바람이 불었다. 평균 관중이 가파르게 늘었다. 하지만 이 안에는 허수가 있었다. 대부분이 공짜 관중이었다. 2016년 제주의 유료관중 비율은 K리그 클래식 12개팀 중 최하위인 38.7%에 그쳤다. 10명 중 6~7명이 공짜로 경기를 봤다는 이야기다. 제주의 상황을 살펴보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제주는 관광을 주업으로 삼는 섬이라는 특수 공간이다. 도민들 대부분이 돈을 주고 무엇인가를 보는 것에 대해 익숙치 않다. 축구 역시 어쩔 수 없이 이 흐름에 쫓아가야 했다. 서포터스를 중심으로 공짜 티켓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2017년,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무료 티켓 근절을 선언했다. 입도 12주년에 맞춰 '리얼 오렌지 12'를 선언한 제주는 2017년부터 무료 티켓 배포 및 취득 현장을 목격한 제보자에게 사례금 100만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리얼 온라인'으로 SNS을 통한 팬들과의 소통을 강화했고, 미니 영화관을 앞세운 '리얼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리얼 오렌지 걸스'를 도입하며 지역 사랑 실천과 응원문화 정착에 초점을 맞췄다. 선수단이 다양한 도전을 하는 '리얼 챌린지'로 사회공헌도 강화했다. 모두 팬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있는 서귀포시의 인구가 많지 않은만큼 제주는 안정적인 관중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서귀포시의 인구는 18만명에 불과하다. 시내와 인근에 거주하는 인구는 절반도 안된다. 특히 축구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젊은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제주는 서포터스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은 구단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면 유료화에 나서는 것은 도박이었다.

예상대로 였다. 올 시즌 사상 처음으로 ACL 16강에 진출하고, 리그에서 선두권을 꾸준히 유지하는 등 성적이 향상됐음에도 평균 관중수는 줄었다. 지난 시즌 평균 5688명에서 올 시즌은 3991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다르다. 유료 관중 비율이 76%에 달한다. 미취학, 65세 이상, 군경, 후원사 관중을 제외하면 100%다. '리얼 오렌지 12'가 완벽히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다. 객단가가 크게 늘어 시즌 11번째 홈경기였던 지난 5월 우라와와의 ACL 16강 1차전에서 이미 지난 시즌의 입장수익을 넘어섰다. 용품 판매에 따른 수익 역시 184%가 증가했다. 가장 공을 들였던 연간 회원 역시 지난해 1200여명에서 올해는 4000명을 넘었다.

제주는 리얼 프로젝트를 통해 투자→성적→흥행→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이 노력을 인정받아 5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올 시즌 첫 '팬 프렌들리 클럽상' 수상이라는 결실도 맺었다. 숫자는 여전히 큰 유혹이지만 제주는 흔들리지 않는다. 앞으로도 축구단의 자생을 위해 경기의 가치를 인정받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다행히 조금씩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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