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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21일. 긴급오피셜이 떴다. FC서울 제11대 사령탑에 황선홍 감독이 선임됐다는 소식이었다. K리그가 들썩였다. '황새' 황선홍과 서울의 만남. 기대감이 넘실댔다.
황선홍은 두 말이 필요 없는 레전드다.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스트라이커로 무려 4차례나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지도자로서도 정상을 밟았다. 그는 포항을 이끌고 K리그(2013년), FA컵(2012, 2013년) 우승을 일궈냈다. 패스플레이를 통한 '스틸타카'와 외국인 없이 우승을 일궈내는 '쇄국 축구'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황 감독의 서울 입성 1년. 현실은 달랐다. 아직 서울은 황 감독이 원하는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위기다. 서울은 시즌 초부터 내내 흔들리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 조기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FA컵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하나, K리그 클래식이다. 그런데 리그 성적마저 시원치 않다. 16라운드를 마친 현재 5승6무5패(승점 21점)를 기록하며 7위에 머물러 있다.
공수 불균형이 심각하다. 서울은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리그 16경기에서 단 19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외국인 에이스 데얀 의존도가 유독 높다. 데얀은 16경기에서 8득점을 책임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측면 공격수 마우링요는 일찌감치 전력에서 제외된 채 짐을 쌌다. 황 감독은 박주영 윤일록 이상호 윤승원 등을 번갈아 투입하며 2선 공격에 힘을 실었지만, 아직까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수비 조직력도 흔들린다. 서울은 올 시즌 스리백과 포백을 번갈아 활용하고 있다. 황 감독은 곽태휘를 비롯해 오스마르, 이규로 김치우 심상민 정인환 황현수 등을 투입해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확실한 조합을 찾지 못했다. 골키퍼 유 현 역시 지난 시즌만큼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어느덧 취임 1년. 황 감독은 "1년을 돌아보면 잘한 점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전술과 방향성 등에서 빨리 안정을 찾아야 하는데, 혼란한 시기가 이어졌다. 서울은 그동안 정말 잘해온 팀이다. 내가 부임한 뒤 흐름을 잇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하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러나 아직 속단은 이르다. 황선홍식 축구 정착은 현재진행형이다. 선수 보강 필요성도 절실하다. 황 감독은 부임 1년을 터닝포인트 삼아 반등에 도전한다. 서울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전천후 미드필더 이명주를 품에 안았다. 아시아쿼터로 이란 출신 수비수 칼레드 샤피이를 영입했다. 이 밖에도 마우링요의 빈 자리를 채울 외국인 선수를 적극 모색중이다.
황 감독은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역전 우승 때"라며 "긴 시간을 허비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서울만의 색을 가지고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미진하지만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황선홍의 2017년. 시작은 미약했지만 창대한 끝을 볼 수 있을까. 풍랑 속에서 흔들리고 있지만 황선홍호는 목표를 향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힘찬 항해를 도와줄 실력파 뱃사공의 힘이 조금 더 필요할 뿐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