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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에선 기술위원장의 역할이 너무 크다. A대표팀 등 각 연령별 대표팀 감독 추천·선발 권한을 기술위원장이 갖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가장 큰 역할이다. 또 축구 기술 교육 및 연구 그리고 한국 축구의 미래까지 준비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이 일은 외부에선 큰 주목을 받지 않는다.
지난 15일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우리 A대표팀이 카타르와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8차전에서 2대3으로 패한 게 치명타였다. 이용수 위원장은 A대표팀의 성적 부진 책임을 물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사실상 경질한 후 자신도 사임했다. 현재 이용수 위원장은 축구협회 부회장 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지난 2014년 여름 다시 한번 이용수 카드를 뽑아들었다. 기술위원장에 앉혔고, 그는 두 달 후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했다.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웃으면서 떠나지 못했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축구협회는 감독 경질 압박을 더이상 버텨내지 못했다. 또 이용수 위원장도 마찬가지였다.
이용수 위원장에 대한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신뢰는 두터웠다. 지난 3월 이용수 위원장이 자진 사임 뜻을 밝혔을 때도 정몽규 협회장이 말렸다. 정몽규 회장은 이용수 위원장이 한국 축구의 발전에 필요한 인재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그를 옆에 두고 싶어한다"는 게 축구협회 내부 분위기다. A대표팀 성적 때문에 위원장에서 물러났지만 이용수 위원장은 축구협회에서 다른 역할을 할 게 많다고 볼 수 있다.
요즘 국내 축구계에선 "기술위원장의 역할 중에서 A대표팀 감독 추천 및 선발권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대표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날 때마다 나온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방 잊혀지곤 했다. 하지만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A대표팀 감독 추천 및 선발권은 별도의 선발위원회를 두는 게 더 효과적이다. 이 선발위원회는 협회장이 중심돼 3~4명 정도로 꾸려지는 게 더 효율적이다. 이미 잉글랜드 등이 이 방식을 쓴다.
우리 축구협회 처럼 기술위원장과 너무 많은 기술위원들(12명)이 모여서 A대표팀 감독 선임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 이런 시스템은 요식행위 처럼 보인다. 실제 협회장의 결심이 A대표팀 감독 결정에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더이상 기술위원장과 기술위원들을 병풍 처럼 이용해선 안 된다. 이들은 A대표팀 감독을 추천하는 것 보다 우리 선수들의 축구 기술 발전을 도모하는 데 역량과 시간을 쏟는게 더 낫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