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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없는 손흥민(25·토트넘)은 평범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8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라스 알카이마 에미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손샤인' 손흥민은 이날 왼쪽 윙포워드로 나섰다. 지동원 이청용과 함께 스리톱을 구성했다. 기대가 컸다. 워낙 폼이 좋았다. 잉글랜드 무대를 점령하고 왔다. 손흥민은 2016~2017시즌 총 46경기 21골을 기록했다. '차붐' 차범근이 1985~1986시즌 레버쿠젠에서 세웠던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을 31년만에 갈아치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선 34경기 14골을 쏟아냈다. 기성용 박지성이 갖고 있던 한시즌 리그 최다골(8골) 기록도 갈아치웠다.
'손흥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이라크전에서도 손흥민의 발끝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조용했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손흥민은 전반 중반 미드필드 지역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했다. 이청용과 적극적으로 스위칭하며 활로 개척을 모색했다.
하지만 허사였다. 손흥민이 마음껏 질주할 공간이 없었다. 손흥민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킬러다. 슈팅 타이밍이 빠르다. 정확도도 높다. 가장 큰 강점은 열린 공간으로 치고 들어가는 능력이다. 속도가 붙었을 때 파괴력이 배가되는 유형이다. 반대로 공간이 없을 땐 평범했다.
때문에 손흥민을 제대로 쓰려면 달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이라크전에선 손흥민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이 정적이었다. 같은 왼쪽 라인에 포진했던 윙백 박주호는 몸이 무거웠다. 손흥민과의 연계 보다는 백패스 횟수가 많았다. 수비수를 달고 들어가는 오버래핑도 적었다. 자연스레 손흥민은 집중 견제를 당했다.
측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손흥민. 중앙으로 눈을 돌려도 답답했다. 최전방 공격수 지동원의 움직임도 좋지 않았다. 수비수를 효과적으로 끌어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흥민 역시 스피드 붙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슈팅 1개. 손흥민의 이라크전 족적이다. 손흥민은 전반 45분만 뛰고 그라운드를 벗어났다.
공간이 없는 손흥민.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을 상대하는 팀은 모두 라인을 내린다. 밀집수비를 한다. 더 공간이 없다. 때문에 수비벽에 균열을 내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슈틸리케호에선 이런 움직임을 보기 힘들었다.
다가올 카타르전, 이겨야만 하는 경기다. 골이 터져야 산다. 손흥민이 해결해줘야 한다. 그렇기 위해선 공간을 열어야 한다. 조용한 손흥민을 살리는 유일한 방법, 결국 공간에 답이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