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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수원, 제주에 완승 8강행 '징크스는 무서웠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7-06-06 20:53





징크스는 무서웠다.

수원이 제주를 잡고 FA컵 2연패를 향해 한 발 더 다가섰다.

수원은 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7년 하나은행 FA컵 16강전 제주와의 원정경기서 용병 해결사 조나탄-산토스의 합작에 힘입어 2대0으로 완승했다.

이로써 수원은 지난해 FA컵 우승에 이어 2년 연속 아마-프로 최강을 향해 순항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이후 '더블(FA컵+리그) 도전'으로 목표 수정을 했던 제주는 수원과의 홈경기 징크스에 또 울었다. 제주는 이날 패배를 포함해 2013년부터 지금까지 총 9차례 수원과의 홈경기를 치러 2무7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세찬 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펼쳐진 수중전. 최근 외부 악재를 겪은 제주에겐 운도 따르지 않는 악몽같은 승부였다.

무엇 하나 유리할 게 없던 제주

제주는 홈팀인데도 홈 어드밴티지는 고사하고 상대 팀 수원과 비교해 유리한 게 거의 없었다. 먼저 마음도 몸도 지친 상태였다. 지난달 31일 우라와 레즈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2차전 패배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경기 후 양팀 충돌사건으로 인해 말도 많았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선수단 분위기가 다 회복됐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토로했다. ACL에서 잃은 것도 많은데 충분히 쉬지도 못했다. 수원은 지난 27일 전북전 이후 A매치 휴식기를 맞아 10일 만에 경기를 치렀다. 사흘 전 제주에 내려와 전지훈련을 하며 현지 적응도 했다. 제주는 중간에 우라와 원정을 다녀왔다. 황일수와 이창민의 A대표팀 차출로 전력 누수도 생겼다. 심리적인 부담 가중 요인도 있다. 수원과의 홈경기 징크스다. 지난 4월 30일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8라운드서 1대2로 패하며 최근 5년간 8차례 수원 상대 홈경기서 2무6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하늘도 도와주지 않았다. 세찬 바람과 장대같이 내린 비로 인해 제주 홈 관중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응원 함성에서도 원정팀 수원에 밀리는 '웃픈' 상황이 연출됐다. 제주 서포터석에는 10여명에 불과했지만 수원 응원석에는 악천후를 뚫고 제주까지 날아온 수원 열성팬 60여명이 상대를 압도했다.

하늘도 제주를 돕지 않았다

양팀 감독은 경기 시작 전 날씨 변수를 공통으로 꼽았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평소 그라운드 물뿌리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물을)뿌려도 너무 뿌렸다. 오늘같은 수중전에서는 실수 한방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조 감독은 "날씨 참 애매하다. 이런 날 패하면 곱배기로 우울할 것"이라며 우라와전 실패의 아픔을 씻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과의 홈경기 징크스 탈출 의지도 담았음은 물론이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니 극심한 가뭄 속의 단비가 그라운드서는 애물단지였다. 고인 물에 패스가 급정지하기 일쑤였고, 슈팅은 물보라를 뿌린 채 맥이 빠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시야를 가릴 정도로 비가 흩날려 선수들 고충은 가중됐다. 그런 와중에 제주 격파법을 잘 안다는 수원의 집중력이 우세였다. 공격축구에 능한 제주가 초반부터 공세를 펼쳤지만 수원 수비가 더 탄탄했다. "제주에 강한 비결은 상대가 잘 하는 걸 못하게 준비하기 때문"이라는 서 감독의 말이 통하는 듯했다. 제주엔 운도 없었다. 하필 수원 페널티에어리어에 고인 물이 흥건해 공격 볼흐름이 종종 끊겼다. 반면 수원은 역습과 공격 전환 짜임새가 좋았다. 전반 5분 산토스의 골키퍼와 1대1 찬스, 9분 조나탄의 중거리 기습슈팅이 슈퍼세이브에 걸린 게 아쉬웠다. 39분에는 조나탄의 강력한 터닝슛이 크로스바를 맞히는 등 수원의 찬스가 더 위력적이었다. 제주의 불운은 후반에도 이어졌다. 10분 페널티킥을 얻을 것이라 여겼던 상황에서 주심 휘슬이 침묵하자 몹시 흥분했던 제주는 6분 뒤 수원에 역습에 당했다. 산토스의 뒷공간 침투패스를 받은 조나탄이 오른발 대각선 슈팅으로 여유있게 마무리했다. 지난 8라운드에서도 그림같은 오버헤드킥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던 조나탄이 '제주 킬러'의 면모를 보인 것. 수원은 36분 산토스의 쐐기골까지 보태며 징크스의 위력을 각인시켰다.
제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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